[조수연 칼럼]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2022-03-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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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5% 상승해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5년간의 상승률이 지난 1년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한 지난 2년간 전국과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각각 24.5% 상승했고, 수도권은 31.5%나 상승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가격 급등 원인은 공급 부족이었으며 이 때문에 2022년에도 주택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2017년 6월 19일부터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을 시작으로 22회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 냈다. 대한민국의 불평등과 부패의 원천이 수십년간 진행한 부동산 불패 신화였다는 집권 이념으로 정부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부동산 정책에 집중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두다가 효과가 없자 2021년 재·보궐 선거 전후 부랴부랴 공급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주택 정책 실패는 고스란히 2022년 대통령 선거 민심에 영향을 미쳐 정권 교체론을 강화했다. 정책 의도와는 달리 주택가격 폭등이 이어지자 무주택자, 특히 결혼을 앞두고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청년들은 좌절감이 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은 서울이 약 11억5000만원, 수도권도 약 7억6000만원에 이른다. 주택가격 약 25% 상승은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도 1억5000만원이나 되는 금액이 갑자기 뛴 것이다. 이 돈은 통계청 발표 2020년 12월 중위소득(242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임금의 50%를 10년 저축해야 마련하는 큰 금액이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은 2030 세대 젊은이와 더불어 부모 세대인 60대 이상 유권자에게도 자식에게 불행을 대물린다는 분노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한편 이들 신구(新舊) 가장(家長)의 시름을 더욱 키운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은 무자비한 가계대출 조이기였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금융 불안정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수순(手順) 착오가 반집 차이로 대마를 죽이는 것처럼 가계대출 조이기는 0.73% 표 차의 대선 패배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첫째, 순진한 문제 해결 접근이 한국판 코브라 역설(Cobra paradox)을 가져왔다. 2022년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 신화의 역사적인 확장이다. 강남 개발은 경부고속도로라는 순수한 국가 경제 동기로 시작했지만, 정치자금 조성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결합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경제 세력을 규합하면서 정치·경제적 사건으로 변질했다. 1963~1977년 강남 개발 시대에 지가가 약 1000배 뛰어오르는 것을 온 국민이 목격했고 이후 코로나19 전까지 4차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더 있었다. 결국 부동산 투기는 도덕적으로는 악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부의 증식 수단이자 경제·사회적 성공 수단이라는 국민적 가치관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둘째는 일반 재화의 모습과 다른 주택 수요·공급의 특수성이다. 일반 재화와 비교해 주택과 토지는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다. 가격과 수량을 표시하는 2차원 평면에서 일반 재화는 가격이 증가하면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게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우상향하는 곡선을 갖지만, 애초부터 제한된 공급량으로 부동산의 공급 곡선은 수직선에 가깝다. 특히 국토가 좁은 대한민국은 면적이 약 10만㎢(개인 5만㎢)에 고정되어 있어서 택지, 아파트 공급이 간헐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 생각 속에 주택은 비트코인이나 금처럼 총공급량이 제한되어있는 재화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면 국민이 느끼는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편 주택 수요는 주택 공급보다 더욱 독특하다. 전통 경제학적 관점에서 일반 재화의 수요 곡선은 가격 하락에 따라 증가하며 우하향한다. 그러나 무주택자(또는 실수요자)는 1개 주택을 가지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대출 부담 등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한다. 주택은 삶의 근거지요 가정을 생성하는 터전이므로 무주택자는 미래에 주택 공급이 부족할까 늘 조바심한다. 또한 청년들은 가정을 이루어야 하므로 가구 수 증가만큼 매년 고정적 주택 수요가 발생한다. 그래서 무주택자의 수요 곡선은 수직선에 가깝고 매년 가구 수가 증가할 때마다 수요 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무주택자의 수직 수요 곡선은 수직 공급 곡선과 교차하기 어렵고 만성적인 초과 수요 상태에 있으며 해마다 적정 공급이 따르지 않으면 초과 수요 상태는 악화한다.

또한 다주택자 즉 주택 투기자의 수요는 더욱 상식을 깬다. 공급의 희소성과 상시적인 무주택자의 초과 수요 증가를 알고 있는 주택 투기자의 수요 곡선은 가격이 오를수록 투기 수요가 증가하는 우상향 곡선이다. 베블렌 소비 효과가 한국 주택시장에서 투기 수요로 구현하고 있다. 강남 불패 신화의 학습 효과, 이것이 파급한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부동산 투기를 추종하는 계층을 키웠고 투기 수요가 만연했다. 이러한 주택의 수요와 공급 곡선 환경에서는 수요 억제만으로 주택가격 상향 압박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실패를 비판하며 탄생한 새로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을 완화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모든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설픈 조언이지만 새로운 정부는 무엇보다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주택 공급은 미래에 지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택 수요자의 확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은 투기 수요를 조장하거나 주택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권은 늘 감시하고 반드시 응징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권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조수연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 석사 △하나금융투자 상무 △ 금융투자분석사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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