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 평가도 그중 하나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적은 곳은 40건, 많은 곳은 80건 이상의 ESG채권 평가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 시작된 ESG 채권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지금까지 최고 등급을 받았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등급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ESG 채권 평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신용평가의 ESG 채권 등급 평가를 예로 들어보자. 한신평은 3단계로 구분해 평가한다. △프로젝트 적격성 검토 △발행계획, 운영과 관리체계, 정보 투명성 검토 △최종 등급 결정 순이다.
이 중 1단계는 ESG 분류체계(Taxonomy)에 포함되는지 여부, 자금 투입 비율 등을 고려해 등급을 결정한다. 2단계는 △적격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 절차 △조달자금의 관리 △보고 및 공시 △발행자의 환경∙사회 공헌 활동 등 네 가지로 구분해 평가한다.
다른 신평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1년 간 모든 신평사의 ESG 채권 등급은 일제히 최고 등급이었다.
2년 차인 올해 역시 최고 등급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평가 방식은 마치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공개된 평가 기준을 대비하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등급을 예측해서 1등급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으면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자체적으로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ESG 채권 평가를 받아도 된다.
기존에 발행한 채권이 재평가 과정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 주의)을 하지 않는 이상 등급 차별화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등급 차별화가 가능하리라고 기대받았던 ESG 기업 평가 역시 등급 차별화보다는 정리된 정보 제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채권 평가에도 기업 및 그룹사의 ESG 관련 내부 제도, 이행상황 등이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ESG 기업 평가가 ESG 평가의 '게임 체인저'로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아직 ESG 기업 평가는 초기 단계"라며 "시장과 소통하면서 업그레이드하고 발전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