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었다. 방송탑과 병원을 비롯해 수많은 건물들이 공격에 무너졌다. 핑크색 슬리퍼를 끌고 슈퍼마켓으로 가다 숨진 6살 아이를 비롯해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곳곳에는 급히 만든 십자가들이 무덤 위에 세워지고 있다. 이처럼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전쟁의 비극이 덮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포탄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구심점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꼽는다. 지난 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하원 연설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질의 유명한 연설을 인용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도시와 마을, 산과 들 어디에서든 자유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은 영국 여야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에도 미국 의회 앞에 섰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격의 기억을 언급한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는 매일, 매 순간 같은 공포를 마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미국이 자유세계 리더로서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연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99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역사 속 수많은 전쟁과 위기는 지도자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해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은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돈가방을 챙겨 달아나버렸던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지도자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한다. 2022년 대선으로 우리도 새 지도자를 맞았다. 취임 전부터 대통령 집무 공간이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각종 논쟁이 시끄럽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물리적 자리가 아닐 것이다. 부단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국민들의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의 마음을 국민들 속에 놓는 것, 그것이 하나 된 나라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