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에서 ‘N차 창업’으로 혁신을 이끈 최고경영자(CEO)들이 눈길을 끈다. 기존 창업 기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존 산업과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 전선에 계속해서 뛰어들며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선 이들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N차 창업이란 여러 차례 창업을 경험해 본 연쇄 창업을 일컫는 말로, 최근 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용어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창업 기업을 성공적으로 정리(엑시트)한 후 재창업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방향을 틀어 연관 신사업에 도전하는 식이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해 N차 산업에 나선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 AI전화 ‘비토’로 음성인식 시장 혁신
인공지능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는 AI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통화 내용을 수 초 내에 메신저 채팅처럼 보여주는 ‘비토(VITO)’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티플은 위치 기반 소셜 커머스 앱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카카오에 인수됐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에 입사한 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카카오 주요 서비스의 초기기획 및 개발 등에 참여하며 초석을 다졌다.
이 대표는 고속 성장하는 카카오에서 근무하며 창업의 꿈을 다시금 키웠다. 도전정신과 혁신 서비스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설립한 회사가 리턴제로다.
2018년 회사를 설립한 이 대표는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2020년 3월 베타 버전의 AI 전화 비토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어 AI 음성인식 기술 경쟁력과 방대한 양의 한국어 통화 데이터 확보에 성공하며 지난해 4월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리턴제로는 지난해 KTB네트워크, 에이티넘인베이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엔젤투자자로부터 16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은 총 198억원에 이른다.
비토는 최근 누적 다운로드 수 48만, 누적 음성인식 처리시간 405만 시간을 돌파하며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고객상담 전문 기업 CS쉐어링, 비대면 프리미엄 운세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는 천명앤컴퍼니와 제휴하는 등 B2B(기업간 거래)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턴제로 관계자는 “기존의 음성인식 기술은 특정 대화 패턴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반면, 리턴제로는 학습되지 않는 대화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여준다”며 “AI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 곳곳에서 음성인식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AI 서비스 시장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 AI로 기존 교육 시장 패러다임 전환
AI교육 솔루션 기업 뤼이드를 이끄는 장영준 대표는 미국 UC버클리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웹툰 스타트업 타파스미디어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2년 뒤인 2014년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뤼이드다.
뤼이드는 AI를 기반으로 객관식 시험에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 중이다. 대표 서비스이자 개인 맞춤형 토익 학습 앱 ‘뤼이드 튜터(구 산타토익)’은 3억 건 이상의 학습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로, 보다 정교한 예측기능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공인중개사·보험설계사 시험용 AI튜터를 출시했고, 글로벌 교육기업 커넥미에듀케이션과 협업해 중동 5개국에 미국 대입자격시험인 ACT 전용 AI 튜터 서비스도 선보인 바 있다. 뤼이드는 자체 AI 기술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글로벌 인공지능 교육(AIEd) 기술 및 산업에서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뤼이드는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장 대표는 “기존 교육 패러다임을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중심에서 기술, 특히 AI 중심 산업으로 재편하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기회 평준화를 이루고자 한다”며 “이번 투자는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비전의 시작으로, 이를 위해 해외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관우 버즈빌 대표, 자체 AI 엔진으로 맞춤형 광고 돕는다
AI 기반 리워드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는 네 번의 창업 경험과 두 번의 엑시트를 경험한 베테랑 창업가다. 이토프(모바일 코드솔루션), 포스트윙(저작권 관리 솔루션 개발업체), 데일리픽(맛집 전문 소셜커머스) 등을 창업했으며 네이버, 티몬 등 국내 IT 대기업에 잇따라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다.
버즈빌은 이 대표가 네 번째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2012년 이영호 공동 대표와 손 잡고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재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유저 맞춤형 광고와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버즈빌은 국내 이동통신 3사와 CJ·SPC·롯데·라인 등 전 세계 150개 이상의 퍼블리셔(유통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총 3900만명의 누적 사용자, 2000만명의 MAU (월간 활성 사용자수)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약 945억원의 매출(자회사 포함, 단순 합산 기준)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배 상승한 수준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버즈빌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 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상장으로 확보한 신규 자금을 통해 AI 기반 광고 기술을 고도화, 모바일 광고 시장 선두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AI 인지검색 솔루션으로 문서 검색 지원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업계에서 성공한 N차 창업가로 유명하다.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SK텔레콤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는 2010년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창업했다. 설립 4년 만에 미국 모바일 광고 플랫폼 운영사 탭조이에 파이브락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뒤 탭조이의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올거나이즈는 그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자연어 이해 AI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자연어 이해 AI에 기반한 AI 답변봇 ‘알리(Alli)’ 및 인지검색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알리는 사전 데이터 태깅 작업이 필요 없는 AI 솔루션이다. FAQ나 사내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PDF 문서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자동으로 찾아줘 검색 소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슬랙,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같은 다양한 업무용 소프트웨어와 연동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이 대표는 10년 안에 모든 기업이 경영 인프라에 AI 솔루션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국내외 기업 고객들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올거나이즈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현지에서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