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사상 최고 사전 투표율에 담긴 민심

2022-03-07 13:56
  • 글자크기 설정

[임병식 위원]


사전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6.93%로, 지난 20대 총선 26.69%에 비해 10.2%포인트 높다. 지난 4‧5일 이틀 동안 무려 1632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왔다. 전남은 51.45%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경기 지역도 33.65%였다. 공교롭게도 사전투표 기간에 강풍이 불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궂은 날씨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은 보기 좋게 깨졌다. 정치권은 결과를 놓고 서로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9일 본 투표를 앞둔 심리전 성격이지만 국민들 눈에는 아전인수나 다름없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3분의 1을 넘는 국민을 투표장으로 불러낸 동력은 무엇일까.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에 따른 역풍과 지지층 결집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호남에서 사전 투표율이 50% 안팎까지 치솟은 걸 들고 있다. 광주와 전북, 전남 투표율은 1, 2, 3위를 기록했다. 호남 지역의 높은 투표율은 본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호남권 투표율을 긍정적 신호로 연결 짓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 호남은 정치적 텃밭이자 이전 대선에서도 전체 판세를 흔드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송영길 대표는 “엄청난 역풍이 불고 있다. 결집 강도와 내용도 세다”고 자신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열기가 투표율을 견인했다며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윤석열 후보는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또한 “정권교체 열기가 분출했다. 최종 투표율을 80%로 예상한다”면서 “투표율이 높을수록 큰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패로 끝났던 5년 전 대선과 비교하면 투표 참여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호남 투표율도 민주당과는 정반대로 해석했다. 이준석 대표는 “호남 지역 선택은 진취적이고 변화를 지향하는 방향일 것으로 확신한다”며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사전 투표가 도입된 건 2013년. 사전 투표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 이후 투표율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4년 지방선거 11.49% △2016년 20대 총선 12.19% △2017년 19대 대선 26.06% △2018년 7회 지방선거 20.14% △2020년 21대 총선 26.69% 등이다. 사전 투표는 최종 투표율도 끌어올렸다. 역대 최종 투표율은 △19대 총선 54.2%, 20대 총선 58.0%, 21대 총선 66.2% △5회 지방선거 54.4%, 6회 지방선거 56.8%, 7회 지방선거 60.2% △17대 대선 63.0%, 18대 대선 75.2%, 19대 대선 77.2% 등이다.

보수 진영은 사전 투표에 부정적이다. 그들은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사전 투표를 문제 삼았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대패하자 부정선거 의혹은 한층 기승을 부렸다. 낙선한 민경욱 전 의원은 대표적이다. 그는 “선관위가 사전 투표에 개인정보가 수록된 불법 QR코드를 적용했다”며 선관위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미국으로 건너가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보수 유튜버들도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보수 진영은 사전 투표에 소극적이다. 사전 투표 의향을 물은 칸타코리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자는 21.9%, 민주당 지지자는 51.9%로 두 배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 사전 투표가 갖는 영향력을 의식해서였다. 무엇보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박빙 구도에서 사전 투표는 힘을 발휘했다. 지지층 결집을 견인함으로써 본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높은 사전 투표율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가세한 측면도 있다. 결국 역대 최고 투표율은 진영 결집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층 열망과 단일화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층 결집이 맞물려 판을 키웠다. 정치권은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높은 투표율과 결과 간 상관관계는 며칠 후면 드러난다. 

직접선거 이후 우리 국민들은 10년 주기로 정권을 바꿨다. 오만한 정권에는 경고를, 반대 진영에는 기회를 부여했다.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자신이 주권자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선거 종료와 함께 정치적 효능감은 사라졌다. 국민들은 토사구팽당한 사냥개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냉정해야 한다. 자신과 공동체, 국가 발전을 생각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표를 행사한다면 자해행위다. 투표 열기가 주권재민 측면에서는 반갑지만 분열과 갈등을 예고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빠르고 강하다”고 했다. 선거혁명이 정권 재창출로 나타날지, 정권 교체로 귀결될지 태풍 속에 있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