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2022-02-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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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와 얽힌 '에너지 전쟁' 우려

벌써 유가 100달러 턱밑까지 치솟아

사태 장기화땐 물가 압력 고빼 풀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 러시아는 유럽을 공격했다. 무기는 폭탄과 총알이 아니라 에너지다. 이에 유혈사태는 국경이 아니라 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그동안 전쟁이 없던 시기는 없었다. 증시는 어지간한 전쟁 우려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날렸다는 소식에도 일부 국내 방산주와 경협주 외에는 글로벌 증시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이 전쟁이 '에너지'를 둘러싼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천연가스를 무기화했다. 러시아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지나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의 통제권을 러시아가 쥐고 흔들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재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 그늘을 벗어나려 한 것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럴 경우 더 이상 가스관을 이용해 에너지 패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이슈는 '노드스트림 2'다. 노드스트림은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지 않고 대신 북해를 통과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다. 노드스트림 1호는 지난 2012년에 완공됐고 2호는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독일이 노드스트림 2의 승인을 중단하면서 러시아가 크게 당황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역시 러시아를 크게 자극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유럽이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던 이유는 공급망을 확충한 덕분이다. 최근 수년간 유럽에서 해상운송을 이용한 미국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결국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 주도권을 두고 러시아의 송유관과 미국의 LNG선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증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실물 경제의 원동력인 에너지에 대한 수급불안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물가 압력이 통제권을 벗어날 여지가 높다"며 "과거 70~80년대 오일 쇼크 당시와 같이 원유 공급 쇼크에 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이 재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지율이 추락 중인 바이든 미국대통령 입장에서 러시아에 강경한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크라이나 사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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