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지리산 자락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2012년 설립 이후 매년 20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리산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이 회사의 이유식이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 수요가 밀려들자 회사 측은 2020년 공장 증축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생산 공정을 자동화할 만한 디지털화‧스마트화 방안은 마땅치 않았다. 이때 오천호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41)의 눈에 든 게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제조현장스마트화자금’ 사업이다.
중기부와 중진공의 제조현장스마트화자금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에 대비해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화와 생산공정 혁신을 지원해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스마트공장 추진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신기술 영위기업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생산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시설 도입기업 등이 지원 대상이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2020년 해당 사업을 통해 중진공으로부터 정책자금 11억원을 지원받고 공장에 로봇 설비와 경사식 니더(반죽기), 자동 충전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5배 이상 증가했고 일 평균 5만개 이상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물류센터에서 포장할 제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디지털 선별 시스템(DPS‧Digital Picking System)을 도입하면서 하루 평균 7000박스의 택배도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유통 시장의 중심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역 벤처기업인 에코맘의 산골이유식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 성장 토대를 마련한 덕분에 사업은 순항 중이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현재 온라인 자사몰뿐 아니라 백화점 14곳, 대형마트 117곳 등 전국 오프라인 판매처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7개국에 이유식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30억원으로 상승곡선을 이어갔으며 수출 실적도 대폭 향상됐다. 중진공 사업 지원 전인 2019년 수출액은 200만원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직원 수도 49명에서 55명으로 6명이 늘었다.
오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공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은 경험이 부족하고 비용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중진공 사업을 통해 자금 및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매출과 고용 실적이 향상됐다. 직원들도 업무 강도가 낮아지는 등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자연스럽게 이직률도 줄었다”고 전했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식품 분야 디지털화 선두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특히 생산공정을 혁신한 만큼 상품 라인업을 이유식뿐 아니라 가정간편식, 실버푸드 등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새롭게 도입한 자동화 설비를 통해 고령친화식품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