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에 몸 보여달라?...'메타버스 성폭력' 등장에도 처벌 한계

2022-02-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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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등 온라인상 성희롱 내용. [사진=탁틴내일]

# "발 사진 찍어서 보내줄 수 있어?" 초등학생 A양이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낯선 남성에게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A양은 "싫다는데 계속 '발을 찍어서 보여 달라'거나 어린이들이 보면 안 되는 야한 사진을 보냈다"고 말했다.

# 중학교 2학년 B양은 제페토에서 남자 교복을 입은 캐릭터와 친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남성은 '우리 만날래?' 혹은 '사진 좀 보내줘'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고 B양은 '싫다'며 거절했다. 그는 매일 B양의 메타버스상 집 주변에 나타나 '만나자' 'X녀' 등 낙서를 했다.


이른바 '부캐'에 익숙한 MZ세대 사이에서 메타버스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올해 메타버스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현 제도상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아 관련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7일 탁틴내일 상담소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국내 이용자는 약 2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이용자 10명 중 7명은 미성년자였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치안 전망 2022' 보고서를 내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 아동·청소년 성폭력 등 신종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바타 내세운 성폭력, 형사처벌 공백
메타버스 성폭력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의율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내 벌어지는 아바타 간 성폭력의 가해자를 현실적으로 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TF 팀장은 "현재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해당 행위가 저속한 표현을 넘어 '음란물'의 정도를 충족해야 한다"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욕이나 명예훼손죄는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성적 목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등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백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사건을 맡았던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메타버스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이뤄졌을 때는 일반적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으로 의율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범행은 청소년성보호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캐릭터를 활용한 유사 성행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한 남성은 중학생 여자 캐릭터에게 속옷을 제외한 전신을 탈의하게 한 뒤 위에서 반복적으로 앉거나 하는 자세 등을 취하고 이와 같은 장면을 전부 다 녹화했다. 

메타버스 내에서 피해자에게 캐릭터를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요구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신 변호사는 "메타버스 내 아동에 대한 유사 성행위는 직접적인 성교 행위나 그와 유사한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성매매처벌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아동복지법으로 의율이 가능하지만 이는 가해자가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진술하면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성적 인격권 침해' 규정 신설 등 대안
정부도 이 같은 법적 한계를 인식하고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는 지난달 28일 '신종 플랫폼 공간 성범죄 방지'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고, 성폭력처벌법에 '성적 인격권 침해' 범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 인격권'이란 '원치 않는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위원회는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상 캐릭터를 상대로 한 성적 표현이 모두 침해 사례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 내지 만족을 위한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언동을 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서지현 팀장은 "법률적 미비로 제대로 성범죄로 처벌되지 않고 있는 메타버스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적 가해 행위 등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를 포섭할 수 있는 '성적 인격권 침해 행위'에 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끼리 벌어지는 행위까지 전부 범죄로 보는 건 과잉 입법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교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제도가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민영 변호사는 "메타버스 성폭력과 관련해 피해자를 대리한 사건을 하다보면 처벌 규정 부재 문제보다 수사 의지가 의심스러운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 과장은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현행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 도입된 위장수사 제도를 활용해 메타버스 등 신종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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