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00명이 참여한 단톡방을 2개 운영 중입니다. 회원들이 건의를 하면 지금 집행부들이 일사불란하게 회원들의 건의를 확인하고 발 빠르게 해결합니다(웃음)."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아 회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로스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최대 규모 지방변호사회인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당선된 김 회장은 1년가량 회장으로 재임하며 자신의 공약을 상당 부분 달성했지만 여전히 개선해 나갈 것이 많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1년이 지난 시점에 김 회장은 변호사 복지 측면에서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무료 제공, 회원 의견을 반영한 복지 등 목표한 바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모든 전문 직종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계는 공공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법조인 대부분이 특정 플랫폼에 속하게 될 경우 법조계 자체가 기업의 논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는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공공 플랫폼을 올해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는 출마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제도), 집단소송제 등 민생 3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회장은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재계의 우려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또 재판을 할 때 무기의 평등을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변론이 시작되기 전에 소송 당사자가 소송과 관련된 사실관계나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절차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에 따른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재판을 진행하면 결국 개시를 해야 한다"며 "해외의 방법을 그대로 도입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국선 변호인이나 법률구조, 소송구조 비용을 실질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위해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개인이 국선 변호사를 고르고, 해당 변호사에게 적절한 비용을 제공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에 몇 점을 주고 싶나.
"목표를 회원 복지 측면과 정책적 측면으로 나눈다면 회원 복지 측면에서는 90점, 정책적 측면에서는 6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복지 정책의 경우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전문인배상책임보험 무료 제공, 전 회원 단톡방 운영, 그 밖에도 회원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복지 등 1년간 목표한 바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
정책적 측면에선 취임 초부터 계속 노력해온 부분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국민과 변호사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단기간에 바로 성과를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변호사 수 문제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사직역 통·폐합 등 로스쿨 도입 전제였던 과제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유사직역들을 모두 더하면,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변호사 및 유사직역사 수가 너무 많다. 숫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이들의 생존권을 해결해 주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일들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국선 변호인이나 법률구조, 소송구조 비용을 실질화해야 한다. '구조 대상의 선택과 집중' 역시 예전부터 주장하던 문제다. 상장사 준법지원인 실질화, 개발조합이나 아파트 상가 관리단 준법지원인 제도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내에 법무담당관을 두고 법치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필요도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고발하는 등 취임 초반부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사회적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 시점이다. 요식업계나 운송업계, 숙박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 직종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가 문제다. 특히 공공성이 가장 높은 직역인 법조계는 플랫폼 도입에 훨씬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확립되기 위해선 법조계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법조 직역이 자칫 특정 사기업이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에 종속된다면 법원, 검찰을 비롯한 법조 유관기관까지 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법조인 대부분이 특정 플랫폼에 속하게 될 경우 그때부터 법조계 전체가 기업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법치주의 근간의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공공 플랫폼 신설이 대안이 될 수 있나.
"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모든 변호사의 전문 분야, 활동 지역, 이력 등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공 플랫폼을 올해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변호사를 소개하고, 광고비 집행 여하에 따라 노출 정도와 순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검증된 정보(변호사들의 지역, 전문 분야, 구체적 활동 내역 등)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법관·검사에 이어 사법경찰에 대한 평가를 도입했다. 도입 취지와 기대 효과는.
"수사기관 중 국민들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사법경찰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은 시작 단계이므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관 평가가 계속되면서 그 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민생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경찰 평가는 수사제도 개선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국민들이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 권리를 보다 공정하게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 1년간 변호사 직역 수호를 위해 여러 일들을 했다. 일반 국민들을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나 법·제도 개선 등 계획이 있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하는 등 취임 전부터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6월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안(대표 발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됐고, 현재 이 개정안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은 상태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도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통해 국민들이 소송 과정에서 평등한 변론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2016년 '옥시 사태' 때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과 공동대표로 변호사 1000명 이름을 받아 국회에 갔다. 그 자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디스커버리제도·집단소송제 3개 법안을 묶어서 '민생 3법안'이라 명명하고 앞으로 도입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당시 활동으로 제조물책임법에 시범적으로 징벌적 손배제가 우선 도입됐다. 현재 확대 논의가 되고 있다.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 지난 5월 '집단소송법 제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위한 법적 쟁점과 입법적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고, 꾸준히 입법 관련 연구도 진행해 왔다.
현재 증권 관련 소송에만 도입돼 있는 집단소송제를 제조물책임 분야를 포함해 제한 없이 확대 도입해야 한다. 올해에도 이 제도들이 소비자 편익과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방향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공익활동을 이어감으로써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국민들이 공정하고 수준 높은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이뤄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