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봄 목적으로 별거 중 남편의 도장을 위조해 전입신고한 여성에게 사회상규상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노정희 대법관)는 사인위조와 위조사인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2심은 A씨가 막내를 돌봄을 목적으로 데려갔고, 불순한 의도 없이 직장에 가는 낮 동안 친정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야 해 전입신고를 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막도장 사용이 한 차례에 그쳐 남편 B씨의 다른 사회적 신용을 해치지는 않았고, 그 전입신고도 이내 되돌려졌으니 침해된 법익이 회복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봤다.
A씨가 이혼 소송 전부터 자녀 양육에 더 관여해왔고 필요한 경우 남편의 도장을 대신 사용했던 점도 참작됐다. A씨는 별거 후 자녀들 관련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수십번 보냈지만 B씨는 회신하지 않았고, 막내 전입신고 이후에야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심은 "인장 위조 피해자인 남편이 법익을 침해 당했지만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아이의 복리와 남편의 방해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던 A씨의 행복추구권도 균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자녀와 자신의 보호이익을 차라리 포기했어야 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여겨진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A씨의 인장 위조·사용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인 사회 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 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