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박근혜 사면'이 대선판의 블랙홀로 격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 전날 던진 '메가톤급 돌출 변수'가 여의도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대선 정국을 강타했다. 초강력 변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 중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정국 파장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사면' 돌출 변수에 與野 초긴장 모드
여야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엔 말을 아꼈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이번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으로서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늦었지만 환영한다.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과거 '친박(박근혜) 핵심'으로 불렸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진심으로 환영한다. 늘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바윗돌이 치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려 온갖 모욕을 준 다음 4년 8개월 동안 감옥에 가둬놓은 비정하고 잔인함에 치를 떨지만,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전문가 "이재명보다 윤석열 부담 더 크다"
전문가는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윤 후보에게는 '부담' 혹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에 비해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도층이 중요해진 현재 상황에서 중도층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이 후보에게는 다소 의미가 있을 것이고, 윤 후보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는 결정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이 후보에겐 호재도 악재도 아닌 단순 변수고 윤 후보에겐 잘못 다루면 악재가 될 정도로 무거운 과제"라며 "윤 후보의 경우 대처를 잘못했을 경우 표 이탈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과의 면회 후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변호사는 "(사면 소식에도) 그냥 담담하셨다. 당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실 것 같다"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