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즈니+가 공고한 톱3 서비스의 벽을 깨고 3위권에 진입하는 가운데 디즈니 계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OTT 등장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던 '코드커팅' 현상도 잦아들었다는 분석이 나타났다.
24일 시장조사기관 파크 어소시에이츠(Park Associates)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 '디즈니+'가 미국 내 OTT 서비스 3위에 올랐다.
디즈니는 지난 3분기 신규 가입자 210만명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다. 같은 기간 '오징어게임' 등 인기 콘텐츠 효과로 넷플릭스 가입자는 438명 증가했다.
3위로 톱3의 입지를 굳혔던 훌루(Hulu)는 4위로 한 칸 하락했다. 이어 HBO 맥스, ESPN+, 파라마운트+, 애플TV+, 스타즈, 쇼타임이 순서대로 5~10위에 올랐다.
그러나 단순히 디즈니+에 밀려 훌루의 입지가 이전 같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훌루는 디즈니가 워너미디어 컴캐스트, 뉴스코퍼레이션과 합작으로 설립한 기업으로, 현재는 디즈니의 자회사로 있다. ESPN+ 또한 디즈니에 속한다.
폴 에릭슨 파크 어소시에이츠 연구이사는 "디즈니+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는 올해 OTT 순위에서 안정적인 훌루를 뛰어넘을 수 있게 했다"면서도 "디즈니+, 훌루, ESPN+ 등 디즈니 번들의 집단적인 힘을 재확인시켜준다"고 밝혔다.
또한 에릭슨 연구이사는 "비아콤CBS는 CBS 올 액세스를 파라마운트+로 성공적으로 리브랜딩했다. 파라마운트+는 애플TV+를 뛰어넘고 ESPN+에 이어 7위에 안착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 서비스가 상위 5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크 어소시에이츠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광대역 가입 가구의 80% 이상이 현재 적어도 하나 이상의 OTT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TT 해지율은 연간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한 서비스만을 구독하기보다는 여러 서비스를 구독하고 다양하게 이용하는 영향이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는 OTT가 등장한 이후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급속하게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지칭하는 '코드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는 용어도 나왔다.
IT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미국의 유료방송플랫폼(MVPD) 가입자 수는 지난 2016년 1분기보다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분기 약 8510만명에서 올해 2분기 6370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 OTT 열풍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OTT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유료방송도 동시에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코드커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케이블TV닷컴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케이블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4%가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9.6%는 코드커팅했다.
그러나 케이블TV닷컴은 "설문조사가 반드시 스트리밍 서비스가 케이블TV를 추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고객은 두 가지 서비스 모두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90.06%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29.65%는 3개, 27.92%는 2개, 15.14%는 4개, 10.73%는 1개를 추가로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5개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료방송과 별도로 구독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무려 16.56%에 달했다.
케이블TV닷컴은 "케이블TV는 주로 라이브 채널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은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OTT 서비스에 대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보급형 케이블TV 요금제는 한 달에 약 62달러(약 7만3656원)고, 라이브 TV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은 한 달에 약 54달러(약 6만4152원)다. 유료방송을 해지하지 않은 고객은 한 달에 8달러(약 9504원)를 절약하려고 번거롭게 공급자를 변경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것은 아마도 TV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코드커팅 시기를 조사한 결과 72.97%가 1년이 넘었다고 답했다. 15.54%는 최근 1년 내 가입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6.8%가 최근 3개월 이내, 5.41%가 최근 6개월 이내 해지했다고 답했다.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한 이유로는 73.99%가 가격을 꼽았다. 이어 기타(15.88%), 결합 할인 불만족(7.43%), 계약 종료(2.7%) 등 답변이 뒤따랐다.
케이블TV닷컴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봉쇄 시기에 벨트를 조였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OTT보다 훨씬 비싸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소비는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삭감하는 지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이어 "결합 할인 혜택이 불만족스러웠다면 이는 일종의 가격 문제로, 가격 때문에 OTT로 전환한 응답자의 수를 모두 더하면 81.43%에 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