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패션시장 키워드로 '아템포(A TEMPO)'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음악기호인 '아템포'는 느리거나 빠르게 변주한 이후 다시 이전의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자는 뜻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의복에서 식, 주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F&B 비즈니스로의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카페 키츠네, 카페 A.P.C. 등 패션 브랜드의 카페 공간 뿐 아니라 미슐랭 스타를 받은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도 내년 2월 오픈한다. 넷플릭스가 경쟁상대로 같은 컨텐츠 플랫폼 디즈니 채널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는 것처럼 이제 패션도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템포의 'T'는 취향이 우선하는 소비(Taste-commerce)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옷장을 채우고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 '워드로브 웰빙'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제 백(百)가지 상품을 갖춘 백화점보다는 취향으로 큐레이팅된 십화점이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템포의 'E'는 'Y2K 패션과의 조우(Encounter Y2K Fashion)'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달구었던 세기말 패션이 재등장해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바디컨셔스 실루엣과 컷아웃 아이템들이 섹시한 무드를 제안하고, 화려하고 대담한 파티룩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템포의 'M'은 주목받는 메타버스(Metaverse is Coming)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활용하기 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격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버리와 돌체앤가바나 브랜드는 블록 체인 기반 아래 디지털 컬렉션을 사고 팔 수 있도록 NFT 컬렉션을 선보이거나 준비 중이다. 나이키도 가상 패션전문 NFT스튜디오인 RTFKT(아티팩트)를 인수하며 NFT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해외 명품에서 촉발된 메타버스 경쟁은 곧 국내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아템포의 'P'로는 '목적지향 브랜드의 성장(Purpose-Driven Brand)'을 꼽았다. 트렌드를 디자인에 담는 것만큼이나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사명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례로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끌로에는 여성의 성장을 돕기 위한 목적 지향 브랜드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아템포의 'O'는 유기적 성장 전략 수립(Organic Growth Strategy)으로 꼽았다. 업의 개념과 역량 측면에서 적합성이 높은 영역을 공략, 유기적 성장 전략으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 온·오프라인를 가로질러 다양한 채널 전략이 필요한 지금 명확한 기준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 시국의 속도감이 사회 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여전히 2019년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패션시장은 이전의 규모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