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00억원을 운용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신규 투자를 요약하면 AI와 이커머스로 압축할 수 있다. AI 분야에선 보이저엑스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업스테이지에는 스톤브릿지벤처스 등과 316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보이저엑스는 1세대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카메라 앱 ‘B612’ 개발을 주도한 남세동 대표가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현재 모바일 스캐너 ‘브이플랫’과 AI 기반 영상 편집기 ‘브루’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에서 AI ‘클로바’ 개발을 주도한 김성훈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카카오, 엔비디아, 이베이 출신 AI 전문가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이커머스 분야에선 네이버 산하의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에 알토스벤처스와 200억원을 투자했다. 크림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지난해 3월 출시한 리셀 플랫폼으로, 1년 반 만에 운동화 리셀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크림 가입자 수는 160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20·30대 회원이 80%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AI 추천 기반의 4050 여성 패션앱 ‘퀸잇’에도 투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그동안 AI, 자율주행, 영상 스트리밍,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 투자했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장을 상무(파트너 심사역)로 영입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총 12개다. 회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들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2일 디지털 헬스케어 CIC(사내독립기업)를 설립해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대표로 영입하고, 카카오브레인이 16일에 AI 신약 개발사 ‘갤럭스’에 50억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네이버 또한 ‘네이버 D2 스타트업팩토리’를 통해 치매 조기진단 업체 ‘엔서’, 유전자 정보분석 업체 ‘아이크로진’ 등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에 투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IT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AI와 이커머스, 디지털 헬스케어에 집중됐고, 이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 회사에도 투자금이 몰렸다”며 “이 중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는 코로나19 확산세의 장기화 등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