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로 상승곡선을 달리던 배달업계가 거듭된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배달 업체 간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가입까지 의무화돼 배달 라이더 구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배달 라이더도 고용보험 의무화 대상이 된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건별 배달수익을 기준으로 보험료율 1.4%가 적용되며 배달업체와 라이더가 각각 0.7%씩을 분담해야 한다.
업계는 고용보험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보다 배달 라이더 이탈이 더 고민거리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소득공개가 불가피한데, 소득이 파악되면 곤란한 배달 라이더들이 대거 다른 직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계는 이탈이 예상되는 라이더들로 신용불량자, 기초생활수급자, 공무원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은 실제 배달 라이더를 전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상당수가 수입원 중 하나로 배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라이더의 고용보험 의무화가 졸속으로 시행되는 점도 불만이다. 배달 라이더들의 고용보험 적용이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세부적인 기준안조차도 전달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수천명의 라이더를 관리하다 보니 고용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공단 쪽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전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용보험을 확대하려는 정부 취지는 공감하지만, 소득공개를 꺼리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장도 받기 싫다’는 라이더가 대부분”이라며 “가뜩이나 속도경쟁으로 라이더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긴데 소득공개와 보험료 납부까지 강제한다면 영세한 배달업체의 경우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배달업계 단건배달 경쟁이 격화되면서 라이더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간 라이더들은 근거리 주문을 여러 건 받아 묶음배달 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이 한 집에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배달을 도입하자 라이더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해진 상황이다.
업계는 배달업체 간 출혈경쟁이 결국 이용자 배달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단건배달로 라이더 한명당 배달 건수가 줄어들면 라이더 수입이 감소해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배달 시장이 ‘치킨게임’ 구조로 지속할 경우 업계는 물론 소비자 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배달업계 빅3로 불리는 배달 플랫폼들이 나서서 시장 성장과 참여자들의 상생을 위해 과도한 프로모션은 삼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