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대선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공개돼야 하나

2021-12-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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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다수의 구성원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서로의 이익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크게는 국가, 지역, 집단 간, 작게는 개인 간에도 이익은 충돌한다. 그 충돌하는 이익의 가장 첨예한 격전의 장이 정치무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에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더더욱 그 충돌의 범위와 정도가 크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최근에는 각 선대위 인선이 계속되면서 이들을 검증하기 위한 언론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 선대위 참여자들과 그들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며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검증의 소재로 삼은 것이 사생활 영역, 심지어 남녀의 성적인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그것이 타당한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을 통해서 얻는 공익과 사생활 보호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그 적정한 경계선은 어디인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보호하고 한편으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다. 두 기본권 간에 충돌이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충돌하는 이익의 적정한 경계선을 찾는 것에 관해 대법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해 다수 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익 사항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의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사적 법익도 보호돼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 개인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해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해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적정한 경계의 구체적인 모습은 우선 기존의 법원 판단들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발생한 유사 사례에서 법정을 무대로 치열하게 싸운 결과 내려진, 충돌하는 이익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살펴봄으로써 요즘의 논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대법원이 제시하는 기준을 보면 '언론·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여기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하도록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인사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어떤 관여가 된 바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기준에서 그동안 법원은 '언론사의 대표이사라 할지라도 8년 전 결별한 내연관계까지 공개한 것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보기 어렵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 이익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위법한 보도라고 판결했다. 유명 작가가 공인에 해당할지라도 '과거에 문학소녀들과 혼숙을 했고 혼외자를 뒀다'는 보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 '사생활 공개가 당사자 및 가족의 생명, 신체 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공익성이 있다 해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지방변호사회 감사 후보자의 범죄 혐의 사실'은 두텁게 보호돼야 할 내밀한 사적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유명 여자 연예인의 과거 이혼 사유와 스폰서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해 '공적인 인사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사생활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며 남녀 간의 성적 교섭과 같은 인간 자유의 최종적이고 불가침한 영역은 절대적으로 보호된다'고 본 사례들이 있다. 

정리하면 그 대상이 공직자나 정치인이면 그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더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므로 언론 보도의 가능 범위가 넓어진다. 반면 그 내용이 공적 영역에서의 발언이나 활동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의 발언이나 활동이라면 언론 보도의 가능 범위는 좁혀진다. 

대선 후보 본인은 우리 사회의 가장 공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므로 그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가장 폭넓게 허용된다. 하지만 이를 돕는 선대위 관계자들은 그보다 좁아지며, 그들의 가족은 더 좁아진다. 사생활의 내용이 내밀한 영역일수록 더 제한돼야 한다. 특히 남녀 간의 성생활이나 결혼생활은 가장 내밀한 영역이므로 가장 두텁게 그 비밀이 보호돼야 한다. 검증을 이유로 인격의 가장 깊은 곳까지 함부로 파헤쳐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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