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식 심팩 회장이 내년부터 대한민국 중견기업계를 이끈다. 증권맨 출신인 최 회장은 2000년대 초 심팩을 인수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프레스 업체로 키워낸 인물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목에서 우리 경제의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제11대 회장으로 낙점됐다. 중견련은 지난 7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공개 의견 수렴을 거쳐 최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최 회장이 이끄는 심팩은 자동차와 가전 등에 쓰이는 금속을 압축‧성형하는 장비인 프레스기계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심팩은 100% 순수 제조기업으로 기계제조와 소재·관련사업 비율이 약 2:8로 구성된다. 합금철·소재 완전 자주화를 목표로 관련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잘 나가던 증권맨 출신이다.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금융팀을 거친 뒤 18년 동안 증권가에서 일했다. 유안타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에서는 입사 10년 만인 39세에 등기임원을 지냈고, K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누리투자증권에서는 IB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았다.
그러던 2001년 최 회장은 돌연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쌍용공정(현 심팩)을 인수한 것. 당시 최 회장은 쌍용그룹을 쪼개 파는 IB 업무를 맡으면서, 쌍용공정이라는 우량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이 모아 둔 30억원과 투자자금을 합쳐 총 85억원에 인수에 나섰다.
당시 심팩은 만성 적자로 부채비율 1000%가 넘었으나 최 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선 뒤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증권사 출신이라는 인식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심팩의 몸값을 높여 되팔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그는 되레 새로운 회사를 추가로 인수했다.
최 회장은 증권 전문가 출신 답게 M&A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주로 법정 관리나 구조조정 매물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 턴어라운드(회생)시키는 투자를 펼쳤다. 알짜 중소형 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다.
2006년에는 10년간 법정관리를 받고 있던 한국합금철산업을 인수해 1년여 만에 흑자로 바꿔놨다. 이어 2008년 코스닥에 상장까지 하는 등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사명을 심팩메탈로이로 바꿨으나 2016년 100% 자회사인 심맥메탈과 합병한 뒤 2017년 사명을 심팩메탈로 변경했고 2018년 심팩에 흡수합병됐다.
현재 그룹은 주력회사인 심팩을 중심으로 총 13개의 비상장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심팩홀딩스 △심팩인더스트리 △심팩주물 △심팩산기 △심팩로지스틱스 등이다.
최 회장은 2012년부터 중견련에 합류하면서 중견기업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2013년 12월에 강호갑 현 회장과 함께 중견기업 특별법 제정을 이끌었고 2014년 7월 중견련 법정단체 출범, 2015년 5월 중견기업연구원 설립 등에 크게 기여했다.
2019년부터는 중견련 수석부회장을 맡아 중견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혁신, 기업 역량 강화 등 중견련 프로젝트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
최 회장의 선임은 내년 2월 10일 이사회 의결, 24일 정기총회 최종 의결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