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진옥동표 감성 입혔다…'디지로그' 브랜치
신한은행은 6일일 현재 전국 786개 점포 중 서울 서소문지점, PWM목동센터, 한양대지점, 인천 남동중앙금융센터 등 4개 지점에 디지털과 아날로그 합성어인 '디지로그'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올해 7월 개장한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기획안도 진 행장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하루가 멀게 급물살을 타는 디지털 진화가 금융사별 생존 화두로 부상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투영됐다.
진 행장이 디지로그 브랜치를 구상하며 실무 부서에 내린 1호 주문은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이란 콘셉트다. 우선 개인(리테일), 기업, 자산관리(WM), 기관 등 영업 부문별 지점을 구분하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지점 전반에 걸친 운영방식, 콘텐츠, 공간 등 기존 은행 이미지를 100%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시각적 요소로 외관부터 변화를 줬다. 점포 전면을 통유리로 꾸며 은행 내부가 카페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디자인했고, 벽면에 스마트월(wall)을 설치해 고객들이 터치스크린으로 은행 상품이나 기타 정보를 찾아보도록 안내한다.
대기 시간을 없앤 100% 예약제, 일반적 사은품 대신 고객 휴대전화 메시지로 QR코드를 제공해 사회적 기업의 자연 친화 비누 등 생활용품을 고를 수 있는 '벤딩머신' 등도 디지로르 브랜치 차별성으로 꼽힌다.
신한PWM목동센터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해하기 쉬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PT) 전용 상담실을, 남동중앙금융센터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상담을 위한 컨설팅존을 마련했다. 각 디지로그 브랜치에 신진 예술가 작품을 전시하는 '상상갤러리', 직원 업무 혁신을 목표로 한 '미래영업연구소'와 '디지털 마케팅실' 역시 기존 영업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 발상으로 평가받는다.
외적 탈바꿈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와 관련한 절차 역시 디지털에 아날로그 감성을 입힌 것이 돋보인다. 지난 10년간 신한은행이 축적해 온 영업점 거래 고객 거래현황 데이터를 분석해 그룹별 최적화된 '고객 여정'을 설계해 활용하고 있다.
은행 측은 고객 안내 '컨시어지 데스크'-고객 경험(CX)-고객 관계 강화(컨설팅 라운지)로 이어지는 3단계 여정으로 개별 거래 목적에 따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입·출금 등 단순 업무 처리 고객의 경우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아 키오스크와 디지털 데스크를 활용한 셀프뱅킹을 할 수 있다.
진 행장은 "고객을 위한 진정한 DT가 뭔지 항상 고민했고, 그 중심에 휴먼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신한은행은 모든 금융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혁신 소용돌이 속에서도 고객 중심 디지털을 실현하는 디지로그 브랜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전국 단위 디지로그 브랜치를 늘려갈 계획으로, 1단계 시범 사업에서 영업 부문별 운영 이후 2단계 사업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별 점포를 늘릴 예정이다.
신한은행 DT는 올해 특히 가속도가 붙었다. 진 행장은 무엇보다 타 은행과 차별성이 두드러진 디지털, 고객 체감도가 높은 디지털을 재차 강조했고, 이런 추진력은 무인형 점포 '디지털 라운지'로 발현됐다.
경기 안양 소재 평촌남지점과 대구시 달성에 위치한 다사지점에 각각 인공지능(AI) 은행원을 기용한 디지털 라운지는 금융권 통틀어 사상 첫 무인형 점포 사례다. 진 행장은 점차 은행 점포가 대형화 돼 가는 추세에 금융소외 부작용이 발생하는 점에 주목, 줄어드는 영업점을 대체할 디지털 점포를 구상했다고 전했다.
디지털 라운지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은행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 고객 스스로 계좌 신규와 카드 발급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디지털기기 사용 안내 AI 등을 배치했다. AI뱅커는 단연 디지털 라운지 간판으로 꼽힌다.
실제 대고객 서비스에 투입된 AI뱅커는 영업점 직원들의 얼굴과 음성을 적용했다. 가상 직원이지만 AI뱅커에 관한 고객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고객이 얼굴과 손바닥(장정맥) 생체정보를 디지털 기기에 간편하게 등록하고 출금·이체 등 업무를 지원받으면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 측은 "평촌남 지점 시범 적용 후 디지털 기기가 배치된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축적된 AI 학습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고객 응대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진 행장도 "디지털 데스크, 디지털 라운지 모두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것이지만 휴먼 터치에 기반해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기본 이념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10월말 기준 전국 55개 영업점에 AI뱅커를 기용했고 연말까지 120여개, 내년 2월까지 200여개로 늘릴 방침이다.
진 행장은 전사적 DT 전략을 이끌면서도 머릿속에 항상 '금융 소외'를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인 DT와 매년 영업점 통폐합에 따른 금융소외계층 사이에 일어나는 가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진 행장은 실무부서와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역설적이지만 '디지털'을 금융 소외 극복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DT 추진과 금융 소외계층 최소화를 개별 사안으로 보지 않고, 보완 가능한 영역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유통 기업 GS리테일과 맞손을 잡고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에 기반한 '미래형 혁신점포'를 개설하자는 의견을 냈다.
은행 영업점보다 지역에 많이 분포된 편의점을 적극 활용하자는 뜻이다. 도서 산간 지역 금융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MZ세대(1980~2000년대생) 젊은 층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이렇게 설립된 국내 1호 편의점 영업점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소재 GS25 고한주공점이다.
해당 점포 선정 경위에 관해 은행 측은 "고령인 지역 주민과 인근에 젊은 직원들이 모두 편의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사전 조사했다"며 "다양한 연령층 고객을 확보해 테스트베드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도 다빈도 은행 업무 데이터와 편의점 매출 데이터를 결합해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했다.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스마트 키오스크를 구동하고 음료를 주로 구매하는 고객들 특성을 반영해 카페형 인테리어까지 눈여겨볼 만 하다.
또 화상상담 운영 시간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설정해 영업점 운영 시간보다 4시간을 확대했다. 퇴근 후 편의점을 찾는 지역 주민들이 여유 있게 상담을 받도록 지원하고 스마트 키오스크의 경우 통장, 카드, OTP, 지로용지 등 실물 기반 거래를 할 수 있는 고기능 ATM 방식이다.
지역 주민들은 먼 거리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고도 동네 편의점에서 현금 입·출금은 물론 체크카드와 보안 매체를 발급받고 공과금 납부에 통장 정리까지 80여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손바닥 정맥으로 바이오 인증을 등록한 고객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진 행장은 독립 가상 영업점으로 '디지털 영업부'를 신설하도록 지시했다. 기존 지점에서 관리하던 고객 중 최근 1년간 은행 창구를 방문한 이력이 없고 디지털 채널로 거래하는 고객을 전담 관리하는 부서로, 고객수와 여·수신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 강남, 중부, 북부 등 9개 지역 본부 소속 영업점에 75만여명 고객이 내점하지 않는 점을 파악해 현재 디지털 영업부가 자산관리를 실행 중이다. 연말까지 부산과 호남지역 등 215만명 고객 범위로 넓힐 계획이다.
진 행장은 "미래형 혁신점포와 디지털 영업부도 고객 중심 가치를 기반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며 "디지털 고객 케어 센터로서 제 역할을 다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