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우 교수 "족보 없는 오미크론, 대유행 가능성↓...백신 무력화 우려도 과도"

2021-12-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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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변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1.1.529·오미크론)를 소개하는 수식어다. 저마다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재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곤 있지만, 정확한 팩트체크는 드문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30일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오미크론에 대한 과학적이고 바람직한 판단 기준을 물었다. 

설 교수는 신중한 태도로 오미크론의 대유행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 (오미크론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모른다'가 정답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오미크론에 대한 정보는 모두 추정에 기반한 내용이지만 저마다 과도한 공포감을 불러오는 추정을 사실처럼 전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사진=유튜브/TBS 갈무리]

 
◇족보 없는 오미크론...'강인한 델타'와 달라
설 교수는 오미크론과 관련한 쟁점을 크게 △전파력(확산) △병원성(위중증 환자·사망자 발생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무력화 여부 등으로 정리했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던 것과 같은 지점에 주목했다. 오미크론이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에이즈) 환자가 많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갑자기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오미크론은 '족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오미크론이 무려 32개의 대규모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는 특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설 교수는 "오미크론이 가진 32개 돌연변이가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할지, 불리할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오미크론은 '족보'가 없기에 이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를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B.1.617.2)의 연관성이 적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대규모 돌연변이를 거치며 델타 변이와는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지역은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생존 조건이 좋은 환경이었다. 즉, 오미크론의 원형 바이러스는 에이즈 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낮은 인체에서 별다른 저항없이 무수한 자가복제를 거칠 수 있던 것이다. 
 
설 교수는 이 과정에서 오미크론이 강인한 생존력을 유지했다고 판단하기엔 근거가 빈약하다고 설명했다. 자가복제를 거듭할수록 바이러스의 독성과 생존력은 약해진다는 생물학적 원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생존 조건이 척박한 환경인 통상적인 보건 조건(백신을 접종했거나 대다수가 보통의 면역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에서도 오미크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나, 코로나19 변이주 중 유일하게 전 세계의 지배주(Dominant Variant)로 자리잡은 델타 변이와의 연관성이 약해졌다면, 그만큼 오미크론의 '강인한 생존력'은 담보할 수 없다.  

같은 의미에서 오미크론 감염자의 증상이 미미할 정도로 병원성이 약하다는 남아공 의료진의 증언도 설명이 가능하다. 즉, 무수한 자가복제를 통해 오미크론이 많은 돌이변이를 얻은 대신 독성이 약해졌다는 추정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습. 에이즈 감염 비율이 높은 남아공 등 남아프리카 지역의 보건 환경이 32개의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를 가진 오미크론의 발생에 일조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백신·치료제, 오미크론에 더 잘 들 수도 있다?
설 교수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오미크론이 기존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약한 생존력과 병원성이 오히려 그 효과를 상대적으로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기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지적이다. 

죽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체 부분을 활용한 사백신(중국 시노팜·시노백)과 달리 화이자·모더나 등의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의 DNA(유전자)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 물질만을 겨냥해 설계됐다. 따라서, 일각에선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변형이 심한 오미크론에 대해 이들 백신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 교수는 백신이 인체에서 일으키는 두 가지 면역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백신은 '항체 면역(B세포 면역)'과 '세포 면역(T세포 면역)'을 모두 촉발한다. 이는 각각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와 위중증·사망 방지에 효과를 보인다. 항체 면역은 중화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입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과정이고, 세포 면역은 인체의 세포 안에 이미 침입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세포 면역은 백신 종류와 상관 없이 모두 작동하지만, 항체 면역의 발동 여부는 사백신과 mRNA·DNA 백신 사이에서 차이를 보인다. mRNA·DNA 백신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정보가 아닌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일부 정보만 인체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의 변형이 심한 오미크론에서 이들 백신의 '항체 면역 기능'이 다소 떨어질 순 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이와 상관이 없는 백신의 세포 면역 기능은 변이에 큰 차이 없이 건재하게 기능한다.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원리에서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바이러스제인 화이자와 머크앤드컴퍼니(머크)의 알약 치료제는 오미크론에도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인체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의 항체 치료제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오미크론에 대한 개별 테스트가 필요하며, 치료 효과가 미미하다면 항체 종류를 교체하거나 여러 종류의 항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보완해야 한다. 

특히,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약한 상태라면 백신의 세포 면역과 항바이러스 치료제 효과는 상대적으로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력 저하 환자 등 취약 계층의 위중증·사망 위험성은 오히려 현재보다 더 낮아지는 셈이다. 

설 교수는 이러한 측면을 강조한다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오히려 오미크론에 더 큰 효과를 보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의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시간을 두고 오미크론의 정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비관적인 추론을 자제하자"고 제안했다. 설 교수는 오미크론과 관련해 양쪽 결론으로 모두 추론이 가능함에도 한쪽 방향으로 추정을 몰아가는 것이 대중에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한다고 재차 우려한 것이다. 
 
        [출처=유튜브/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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