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대리운전시장 놓고 갈등 고조...현장 목소린 빠져

2021-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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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업계, 티맵모빌리티 '불공정 행위' 공정위 제소

대리운전업계 vs 플랫폼, '상생안' 두고 입장 차 여전

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대리운전기사 처우 개선은 뒷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지난 8월 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출 행위를 규탄했다.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대리운전 시장을 놓고 티맵모빌리티와 대리운전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작 현장에 있는 대리운전기사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36개 대리운전 업체를 정회원으로 보유한 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18일 공정위에 티맵모빌리티의 과도한 프로모션 행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며 신고했다. 협의기간 프로모션 진행을 하지 않기로 한 티맵이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티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으며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티맵이 동반위 중소기업 적합업종 협의 기간 중에는 프로모션을 자제한다고 구두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공급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대리운전업계가 경영상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5월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해, 동반위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입장은 다르다. 티맵과 대리운전총연합회의 갈등은 기득권간의 힘겨루기일 뿐 정작 주체가 되어야 하는 대리운전기사의 목소리는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시장 내 주도권 확보에만 관심 있을 뿐 대리운전기사의 처우 개선에 있어선 뒷전이기 때문이다. 

한 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관계자는 “대기업과 일부 개별 업체들의 수익과 업종 확장을 위해 논쟁을 하는 것이 현장의 대리운전기사들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다”면서 “전국에 있는 기사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가는 방향으로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올바른 상생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무도 그런 절차를 밟으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티맵이 프로모션을 진행해 기사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하는 것 같지만 초기 시장 장악을 위해 잠깐의 당근책일 뿐 결국엔 카카오처럼 수수료와 모든 서비스 부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결국 대리운전기사들은 기존 시장의 부당한 처우에 더해 대기업 진출로 불편한 문제를 하나 더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반위가 대리운전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게 될 경우,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특정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들은 3년 동안 관련 사업의 인수·개시·확장 자제를 권고받거나 금지된다. 다만 적합업종 결정까지 평균 1년이 소요되는 탓에 중도 포기하고 상생협약으로 선회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대리운전업계에서는 상생협약이 쉽게 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양측간의 조율이 타협하는데 실패하면서 결국 본 절차인 조정협의를 시작하게 됐기때문이다. 현재 동반위는 대리운전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걸 전제로, 대리기사 등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포함한 시장 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중재안을 만들고 양측에 합의를 제안하고 있다. 이 기간에도 상생협약 체결이 가능하지만 티맵 등과 대리운전업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 대리운전총연합회는 티맵과의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티맵은 현재 프로모션에 대한 조정 계획은 없지만, 이번 갈등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티맵 관계자는 “대리운전총연합회, 카카오모빌리티와 진행 중인 동반성장위원회 조정에 성실하게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또 ‘대기업 총량제’ 수용도 요구하고 있다. 플랫폼 대기업의 대리운전 시장 독과점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로 카카오(15%)와 티맵모빌리티(10%)의 총 시장 점유율을 25%로 제한할 것을 두 플랫폼에 요구하고 있다. 티맵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카카오는 대리기사와 이용자 편익 저해, 시장 실태조사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티맵은 “큰 틀에서 연합회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카카오 측은 “연합회가 갑자기 이전에 거론하지 않았던 점유율 상한선을 들고나왔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애플리케이션 호출만으로 최소 15~2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전화콜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30% 내외로 추산된다. 카카오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사실상 사업을 더는 확장하지 못하고 축소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카카오는 지난 7월 대리운전 전화콜(전화 호출) 1위 서비스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해 전화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화콜은 중소업체 3000여곳이 80%대 점유율을 나눠먹고 있는 시장이다. 업체들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국민앱 카카오가 전화시장까지 진출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든 것은 공존하고 상생하자는 뜻이 아니라 혼자 독점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며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카카오 대비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뒤쳐질 수 밖에 없어, 시장 진출에 제안을 두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조치”라고 불만을 표했다. 

신승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의장도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인데 그것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동반위 협상 과정에서도 자금력을 앞세워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것은 결국 추후에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그로인해 대리운전기사와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게 불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리운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 판단은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들어오면 동반위는 1년 동안 대·중소기업 자율 합의를 중재하고,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조정제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빠르면 오는 2022년 6월 내로는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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