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10채 중 6채가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와 집값 급등 피로감에 아파트보다 대출이 수월하고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 등으로 매매 수요가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주택 매매 건수는 총 10만4492건으로, 이 가운데 비아파트 거래 건수는 6만1519건으로 58.9%의 비중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1%를 기록했던 비율이 1년 새 12.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 탓에 올해 들어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다. 실제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만2973건으로 작년 7만5975건에 비해 43.4% 감소했다. 반면 비아파트 매수세는 유지되고 있다. 같은 기간 비아파트 거래량은 6만4881건에서 6만1519건으로 소폭 감소(5.2%)하는 데 그쳤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2017년만 해도 중위 가격대에 있던 6억원 아파트는 현재 하위 1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총량규제 등 대출 규제를 통해 돈줄을 죄면서 무주택자들의 자금 동원력이 떨어진 것도 아파트 매매 감소를 불렀다.
비싼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이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다세대 등은 매매와 전세가 격차가 적어 '갭투자'에도 유리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는 이른바 ‘벼락거지’를 면하기 위해 다세대·연립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업자는 "집값이 비싼 지역이라도 다세대주택은 전세를 안고 50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2030세대와 그 부모들이 갭투자를 위해 문의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동의율을 낮춰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공공재개발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을 없애는 등 내용을 담은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앞서 정부와 서울시 등은 다세대·연립주택 등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왔다"며 "이를 노린 수요도 있으며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