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하니 잘 팔리네”…모디슈머 마케팅 열풍

2021-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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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카구리 큰사발면, 한 달 만에 230만개 판매

‘모디슈머 제품은 흥행’ 공식, 식품업계 자리잡아

농심 '카구리 큰사발면' [사진=농심]

농심이 지난달 출시한 ‘카구리 큰사발면’이 한 달 만에 230만개 이상 팔렸다. 이 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일부 유통점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카구리 큰사발면의 인기는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레시피를 제품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너구리에 카레 조각을 넣어 만드는 카구리는 PC방에서 인기 있는 레시피였다.

농심 관계자는 “PC 게임을 즐기는 1020세대 소비자들이 카구리 큰사발면과 함께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소맥부터 짜파구리까지…SNS 타고 모디슈머 레시피 진화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제품을 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모디슈머’ 레시피에서 착안해 출시된 제품들이 뜨고 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라는 뜻의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다.

오래전부터 즐겨 온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라면에 치즈를 올린 ‘치즈라면’ 등도 모디슈머 레시피다. 업계에서는 ‘모디슈머 제품은 흥행한다’는 공식이 자리 잡는 추세다.

모디슈머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즈음이다. 이 시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너볶이(너구리+떡볶이), 오파게티(오징어짬뽕+짜파게티) 등 라면을 조합한 음식들이 주목받았다.

모디슈머 레시피 공개 이후 농심 짜파게티는 2013년 상반기 725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2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모디슈머 레시피의 조상 격으로 분류되는 짜파구리는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에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연교(조여정)가 한우 채끝살을 올린 짜파구리를 먹는 장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디슈머 레시피의 발전 배경에는 SNS도 한몫했다. SNS에 자신이 개발한 모디슈머 레시피를 올리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됐다.

기업들은 모디슈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기 모디슈머 레시피를 홍보하는 것을 넘어 아예 결합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모디슈머 레시피를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오뚜기는 자사 인기 제품인 ‘열라면’과 ‘진짬뽕’을 조합한 ‘열라짬뽕’을 내놨다. 이 제품은 작년 출시된 ‘열려라 참깨라면’의 후속작이다. 열려라 참깨라면은 열라면과 참깨라면의 맛을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열라짬뽕은 야채와 고추기름을 고온에서 볶은 진짬뽕의 스프를 액체스프에 넣어 열라면과 하나의 스프로 구성했다. 특유의 불맛을 살려 조리 편의성을 높였다.

열라면은 1996년 출시된 장수브랜드다. 최근 ‘순두부 열라면’ 등 모디슈머가 개발한 레시피 등이 화제로 떠오르며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꿀조합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뚜기 '열라짬뽕'과 hy '이경규의 바질라면' [사진=오뚜기, hy]

◆ 스타들의 새로운 조합 레시피도 신제품으로 등장
방송에 소개된 제품들이 식품업체들에 의해 신제품으로 탄생되는 경우도 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이달 초 편스토랑 밀키트 ‘이경규의 바질라면’을 선보였다.

편스토랑은 매주 다른 재료를 스타들이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경연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평가단에게 최고점을 받은 메뉴는 방송 다음 날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다.

바질라면은 평소 라면 애호가로 알려진 방송인 이경규의 레시피로 닭고기 라면, 복돼지 라면에 이은 세 번째 출시 제품이다.

바질라면은 국내산 돼지 뼈와 우사골 농축액에 바질페스토를 섞어 깊은 맛이 특징이다. 제품은 냉장 밀키트 제작된다. 소비자들의 주문과 동시에 만든 뒤 다음 날 프레시 매니저가 전달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hy 관계자는 “스타 셰프와 호텔, 프리미엄 레스토랑에 이은 새로운 방식의 협업으로 밀키트 라인업 확대를 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MZ세대 잡아라”…막사 열풍에 속속 뛰어드는 기업들
GS리테일은 막걸리 업체 서울장수와 손잡고 ‘막사’를 출시했다.

막사는 주로 30·40세대가 막걸리와 사이다를 2:1의 비율로 혼합해 골프, 등산 등 야외 활동 시 가볍게 즐기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제품이다.

GS리테일과 서울장수는 막사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6개월간 레시피 수정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이 GS25에서 출시하는 막사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막사 출시 배경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저도주 성장 트렌드가 반영됐다.

GS25가 최근 3년간 맥주를 제외한 주류 카테고리 매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5% 이하의 저도주 매출은 전년 대비 2020년에 123%, 2021년에 288% 각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수도 2019년 6종에서 2021년 현재 20여종으로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1일 ‘칠성막사’ 상표를 출원했다. 현재 특허청 심사를 기다리는 상태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막사 상표를 통해 자사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와 막걸리를 활용한 제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모디슈머 어서 오세요…레시피 공모전도
모디슈머 모시기에 나선 기업도 있다. 동원F&B는 밀키트 전문 기업 마이셰프와 협업해 레시피 공모전 ‘국민셰프 레시피 서바이벌 밀키트 데뷔전’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동원참치, 리챔, 동원 자연산 골뱅이 등 동원F&B 제품들을 주재료로 활용해 본인만의 레시피를 선보이면 된다. 공모전 접수는 다음 달 3일까지다.

동원F&B 관계자는 “수상작은 주제 부합성, 참신성 등을 평가해 선발될 예정”이라며 “마이셰프는 해당 레시피를 밀키트 개발에 반영해 내년 초 제품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원F&B가 밀키트 전문 기업 마이셰프와 협업해 레시피 공모전 '국민셰프 레시피 서바이벌 밀키트 데뷔전'을 진행한다. [사진=동원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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