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 프로젝트 가동 여부다. 업계에서는 그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온 이 부회장이 이번 해외 출장 중에 본격적인 M&A 관련 투자의 물꼬를 열 것이란 관측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전자 글로벌 AI 센터를 잠시 방문한 이후 뉴저지 티터버러 공항에 착륙, 북미법인 총괄을 찾아 미국 일정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미국 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경우 최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반도체 공급망 관련 사안과 후속 조치 등을 검토하는 한편 최종 부지 선정을 앞둔 파운드리 제2 공장 건설 계획도 신중히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직후인 지난 8월 24일,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3년간 240조원(국내 180조원 포함)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5G·6G) △AI·로봇 등 신성장 IT R&D 등 4대 전략 산업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확대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에 4대 전략 부문에서 대형 M&A를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대형 M&A의 최종 결정권은 총수에게 달렸다는 점을 여러 차례 피력한 만큼, 이번 북미 출장을 기점으로 본격 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직접 M&A의 포문을 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6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이후 5년 만에 미국행을 선택한 이 부회장도 자신의 글로벌 인맥과 경영 전략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대형 M&A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유력한 투자처는 반도체와 바이오 산업이 꼽힌다. 반도체의 경우, 현재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이 심각한 차량용 반도체 회사에 대한 M&A가 언급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들이는 품에 비해 실익이 적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하지만, 전장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M&A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거론되는 차량용 반도체 회사로는 미국 내 빅5 회사 중 하나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치솟은 몸값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 기간 모더나 본사가 있는 보스턴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백신 사업 또는 치료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새로운 투자 계획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I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 설립을 결정한 만큼, 미래차 관련 투자 계획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미국 일정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파운드리 제2 공장 부지 관련 현재 오스틴시와도 여전히 협상 중이며 최종 투자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