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추가 인하 ‘초읽기’…수익 악화에 소비자 피해 불가피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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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발표가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주 중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CEO(대표이사)들을 불러 놓고, 대략적인 방향성을 공유할 예정이다. 최종 발표 시점은 이달 말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강한 반발에 나선 상태다. 현 수수료율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급기야 노동조합은 강도 높은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로 인한 피해가 애꿎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될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년간 13번 수수료 인하…영세업자 실익 없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오는 17일 카드사 CEO들과 만나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관련 내용을 공유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하 발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위에서 CEO들을 소집한 데 이어, 위원장 간담회를 실시하는 건 (인하 발표 전) 사실상 마지막 수순”이라며 “이 자리에서 관련 내용이 통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12년간 총 13차례의 인하 과정을 겪었다.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반토막 났다. 영세가맹점은 0.8% 수준이다. 여기엔 매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목이 컸다.

이번 조정에서도 영세가맹점 보호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라 자영업자 등 실물경제가 악화했고, 무엇보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현 상황에서도 영세·중소가맹점이 내는 카드가맹점 수수료는 이미 0%이기 때문이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로 카드수수료를 환급받고 있어서다. 이는 전체 가맹점 중 92%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도 관련 부담이 줄어드는 게 없다.

나머지 8% 중 절반(4%)은 대기업이다. 그 나머지 4%는 매출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인데, 이들은 영세업자가 아니다. 수수료율이 조정될 때마다, 대형가맹점 중심의 ‘역차별 논란’이 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인하 후 발생한 적자를 대형사를 통해 만회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도 현대자동차와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 중심의 수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한 차례 수포로 돌아갔던 전례가 있다.

◇카드사 수익 악화 불가피…소비자 피해 전이 우려도

그 사이 카드사의 수익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에서 2016~2018년에는 24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19~2020년에는 가맹점수수료에서 1317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메우기 위해 뼈를 깎는 비용 절감 노력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개 카드사의 국내 점포 수는 2018년 말 58개에서 올 6월 32개까지 줄었다. 카드모집인 수 역시 2015년 말 2만289명에서 지난해 말 9217명으로 1만명 선이 붕괴됐다. 올 10월 말 기준으로는 8439명까지 줄었다.

문제는 추가 인하가 이뤄진 이후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관련 수수료율이 0.1~0.2%포인트 낮아질 경우,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이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3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추가 비용절감을 통해서도 수익 보존이 불가능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율 ‘인하 반대’를 촉구하며 15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실시키로 했다. 이후에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이 경우) 요소수 대란에 이은, 카드대란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이될 거란 우려도 있다. 카드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로 불리던 상품들의 정리 작업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BC를 제외한 7개사가 단종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2017년 각각 73개, 20개에서 지난해 157개, 4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 9월 말까지 신용카드 119개, 체크카드 46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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