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전 세계 긴축재정 기조에 역행하는 與野 대선주자들

2021-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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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 국민 재난지원금'·尹 '소상공인 50조 지원'

'기준금리 인상' 기조 보이는 금융 당국에 역행

韓뿐 아니라 미국·독일 등 전 세계도 금리 인상

국내 재정당국, 내년도 예산도 604조 슈퍼예산

그럼에도 증액 요구한 與...당·정 갈등 심화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여야 대선주자가 내년 3·9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돈 뿌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전 세계가 '돈줄 죄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준비에 착수한 국내 금융당국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그럼에도 여야 후보는 각각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과 취임 첫해 소상공인 피해 보상을 위한 50조원 투입 계획을 밝히며 전 세계발(發) 긴축재정에 역행하고 있다.

◆李 '전국민 카드' 꺼내자···尹 50조 맞불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로 본격 막을 올린 대선 무대는 '재정 풀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스타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끊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말 국회에서 위드코로나 시행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빼 들었다. 이 후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지원금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도 초과 세수분을 고려하면 전 국민에 1인당 20만~25만원 규모의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후보 구상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재정 당국 반발과 '매표 행위'라는 야당 비난이 거세자 민주당은 이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닌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구상처럼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내년 1월경 전 국민에 1인당 20만~25만원씩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 국민 위드코로나 방역 지원금의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규모와 시기, 재원,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정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위드코로나 방역 지원금은 고통 감내에 대한 지원금도,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방역 물품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라며 "단계적인 일상회복을 이행하도록 추진코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을 의식,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지원금 지급 추진에 국민의힘은 연일 '금권선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찔끔찔끔 지원은 안 된다"며 당선 시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자영업자 피해 보상액으로 50조원을 풀겠다고 언급해 오십보백보라는 평가를 샀다.

여권에서는 긴축 재정을 하겠다는 야당 대선 후보가 정부 첫해 소상공인 피해 보상에만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조롱 섞인 반응이 다수다.

◆이미 초슈퍼 예산인데···재정에 중독된 與野

차기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여야 후보가 '돈 풀기' 경쟁에 돌입하며 금융 당국의 긴축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2일 회의에서 물가와 금융 안정을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이달과 내년 초 두 차례에 거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 당국도 금리 인상 등으로 돈줄 죄기에 본격 착수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며 시중에 풀었던 유동자금을 대거 회수하기 위함이다.

다만 국내 재정 당국은 내년도 예산을 604조원가량의 슈퍼예산으로 편성,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국가 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진다.

그럼에도 여당은 정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 몫으로 배정한 내년도 예산을 기존 1조8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며 재정 당국과도 엇박자를 빚고 있다. 민주당은 손실보상 하한액(10만원)을 상향하는 한편 내년도에 혹시 모를 확진자 급증으로 영업 제한 조치가 재차 시행될 경우 이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보상 예산까지 미리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날부터 10일까지 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진행하며 예산 증액을 둘러싼 당·정 간 공방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은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어 물가를 오히려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 초과 세수가 있다는 얘기는 국민 부담이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냥 써도 된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실 보상의 경우 타당성은 있지만, 얼마를 지원하는 게 적당할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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