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해상 운항은 항해사들이 맨눈으로 바다의 환경을 확인하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특히 해상 교통 관련 정보는 단말기들을 모두 따로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마저도 노르웨이와 일본 등 일부 해양 선진국들이 전자해도와 레이더 시장을 장악하며 해상교통정보 시장을 주도한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해수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형 e-내비게이션 구축사업을 벌이며 어느덧 세계 해양교통정보 플랫폼 장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올해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단말기를 보급하며 내비게이션의 정착 단계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해양 내비게이션은 해양교통의 다양한 안전정보를 한곳에 담아 사용의 편의성을 도모함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해양교통안전의 질적 혁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활성화 할수록 해양사고 점진적 감소 전망
해수부는 올해 1월부터 세계 최초로 선박의 안전 운항을 돕는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본격 시행했다.
해수부는 전국 연안 263개 기지국에 621개 송수신 장치를 설치했다. 통신센터는 세종에 제1 센터, 인천에 제2 센터를 각각 뒀다.
바다 내비게이션은 해상에서 목적지를 선택하면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되는 전자해도를 제공한다. 이는 주기적으로 개정을 해야 하는 기존의 종이·전자해도와는 차별점이 있다. 또한 전자해도에 표시되는 물표, 지형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도 도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바다 내비게이션은 해양안전에 대한 기능도 다수 첨부했다. 우선 운항자의 경험과 레이더 등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을 고쳤다. 선박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게 이 내비게이션의 특징이다. 선박 항해 중 충돌이나 좌초 위험이 있을 때 자동 음성 안내를 하고, 충돌 위험도에 관해서도 단계별로 경보를 울린다.
아울러 날씨와 주변 선박 위치 정보, 사고속보, 양식장·어장정보 등을 다양하게 제공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박의 운항 전과 운항 중 발생하는 해양사고, 수색·구조 등과 관련된 정보를 즉시 제공해 2차 사고도 예방토록 했다.
바다 내비게이션은 구조에 관한 역할도 수행한다. 바다에서 해양사고나 조난 발생 시 구조요청을 보내면 내비게이션 운영센터와 영상통화가 가능하며, 해군함정의 원격의료도 추진 중이다.
상선이 19개소의 관제(VTS) 구역에 진입할 때는 관제실과의 초단파(VHF) 통신 채널과 안전 주의사항 등에 대한 음성 안내가 자동으로 나온다.
해상에서 제약이 많았던 통신 문제도 해결했다. 바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선박 간 음성·영상 통신을 할 수 있고, 앞서 번거로웠던 어선의 입출항 신고도 자동으로 진행한다.
최적항로를 찾는 기능 덕분에 운항자의 피로도도 줄어들게 됐다. 기존 항해 장치에서는 전자해도를 사람이 직접 업데이트해야 하고 충돌 예방도 육안이나 레이더 등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바다 내비게이션은 설정된 항로계획의 목적지부터 거리와 항해시간까지 빠르게 계산해서 제공한다.
해수부는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최적항로 자동 제공(현재는 바다내비 앱을 통해서만 제공 중이나, 향후 단말기에서도 제공 예정), 충돌위험 자동 음성 경보 등의 기능에서 한국보다 일찍 개발을 시작한 유럽보다 기술적으로 더 앞서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바다 내비게이션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수부는 앞으로 유럽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을 상대로 내비게이션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덴마크, 스웨덴, 호주, 중국 등과 체결할 예정이다. 선박, 항만, 물류분야 간 디지털정보를 연계하는 '국제정보공유체계' 사무국은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해수부는 단말기 의무 장착 대상인 3t 이상의 각종 선박에 대해 바다 내비게이션 보급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양 플랫폼 선점 효과 노려…기술력 강화·해외 세일즈 투트랙
정부는 향후 지능형 해상교통정보 서비스인 '바다 내비게이션'(e-Navigation)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까지 추진한다.
우선 2025년까지 어선과 낚시어선 등에도 파고·기상변화 등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4월 발표한 '제1차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 기본계획'을 통해 시행계획을 세웠다. 2025년까지 264억원을 투입해 바다 내비게이션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해양디지털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재난 발생 시 바다 내비게이션에 적용된 초고속 해상 무선통신망을 긴급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대응 절차를 연내 수립하고, LTE-M 통신망을 활용해 해양경찰,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해양사고에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
나아가 정부는 디지털 해양교통정보서비스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자 차세대 전자해도 장비, 차세대 디지털 통신장비, 해상교통 안전관리 플랫폼 등 경쟁력 있는 기술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양디지털 국제협력을 다각도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해수부는 2025년까지 단말기와 앱을 통해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이용률이 국내 전체 등록선박(9만7000척)의 80%에 이르도록 할 예정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바다 내비게이션 도입을 계기로 앞으로 10년간 디지털 해양교통정보 시장은 29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9∼10일 이틀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해사 분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바다 내비게이션 세일즈에도 나선다.
3회째인 이번 워크숍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의 해사분야 공무원, 전문가 등 50명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해상 교통망(LTE-M)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소개하고, 국제 해양 디지털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홍순배 해수부 첨단해양교통관리팀장은 "국제적인 해양 디지털화를 통해 해상 안전을 확보하고 해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