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가야 헤리티지'를 쓰다-그리다-전시하다

2021-11-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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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은영, 가야 기행 책 내고 그림+소장품 전시회

1500년 전 가야를 테마로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가 전시회를 연다.

작가 정은영이 쓴 '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내가 사랑한 가야'는 이 땅에 520년 동안 존재했지만 역사에선 잊힌 나라, 가야를 다룬다. 1500년 전 가야를 찾아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여행이다.

[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

작가에 따르면 지금의 경상도, 전라도 일대에 약 520년간 존재했던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와 동시대에 존재했지만 역사는 삼국시대를 기록하면서 가야는 빼놓았다. 그렇게 가야는 ‘역사가 잊은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기록이 없어도 드러나는 나라가 있고,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 침묵하지 않고 흔적을 남겨놓은 역사는, 예민한 촉수로 그 흔적을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비로소 비밀을 내보여준다.

고고학을 전공한 역사 애호가로서, 현직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하는 저자는 3년여 간 바쁜 시간 틈틈히 대한민국에 흩어져 있는 가야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해온 가야를 기록했다. 1500년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행, 소속감과 연속성을 확인하는 여정을 통해 친숙하지만 쉽지 않은 주제를 자신만의 필체로 녹여낸다.

고고학 및 역사학자들의 탐구를 대중적 시각으로 풀어냄과 동시에, 유물과 유적 하나하나와 마주한 설렘과 기쁨을 저자 특유의 감성으로 이야기한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가 직접 그리고 작업한 18점의 스케치, 15점의 콜라주 및 사진 등은 각각의 현장에서 받은 감흥과 인상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해준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가야가 무엇일까, 호기심에서 시작된 여행이 3년이 지나면서, 우연히 글을 쓰고 난생처음 그림도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그 소소한 발걸음의 흔적을 담은 책. 1500년 만에 맞게 된 가야 전성기가 흘러가지 않도록, 가야가 우리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마중하고 환대하면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 천천히 베일을 벗고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가야는 기록이 많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 연표에 따르면, 520년간 가야에서 일어난 사건은 고작 12개로 정리된다. 이 땅에서 나온 고고학 자료들이 그 틈을 메워주고 있지만, 그마저 가야의 유물이 맞는지 논쟁 중이다.

그런 가야에 대해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 다양성과 공존, 통합과 개방성이라는 가야의 가치 때문이다. 강력한 왕권 국가 대신 느슨한 연맹체를 유지했던 가야는,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처럼 여러 소국이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바탕으로 연합해 무려 520년 세월을 살아냈다.

가야의 경계는 지금의 경상남북도와 호남의 진안고원, 운봉고원과 순천만 일대를 아우른다. 가야사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오면,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져 반목하는 오랜 생각의 경계는 더 이상 머물 자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 헤리티지에 대한 사회적 소명을 해내는 사람’으로 살겠노라 결심하고, 우리 땅을 밟고 살피는 것을 자신만의 유희로 여겨온 저자는 그 첫 번째 대상을 가야로 정하고 3년여의 세월을 가야 탐사에 쏟았다.

저자의 여행기가 독특한 지점은 우리의 이웃 같고 가족 같은 조상들이 살았던 진정한 가야를 보기 위한 융숭한 시선과 노력에 있다. 가야와 관련된, 유별스럽게 치열한 논쟁들을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논쟁에 가려진 유물 하나하나가 주는 기쁨과 텅 빈 유적이 되어버린 가야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이야기한다.

그가 본 가야는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우리의 모습이지만 이미 세상 어디에도 흔적 없이 사라져간 우리 조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답사는 우리 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워 ‘역사적 존재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하는 여정이다.

나는 덧없고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1500년 전의 시공과 연결된 ‘역사적 존재’다. 우연적이고 자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상속자이자 꽃이자 열매인 것이다. 가야 답사는 그 오랜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고, 소속감과 연속성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특히 저자는 가야 발견 과정에서 고고학의 공헌에 대하여, 고고학자들의 노고에 대하여 애정과 감사를 기꺼이 곳곳에서 표현한다.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유물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에 있기에, 발굴 현장에서 과거의 가야인과 조우하고 스스로 가야인이 되어보는 경험은 그간 저자가 다져온 탐구의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이 여행기만의 백미다.

가야 사람들은 이곳에 묻혔다. 무덤에 누워 부산 앞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고, 깜깜한 밤하늘 동래읍성 위에 뜬 초롱초롱한 별들을 세었을 것이다. 지금은 고분 공원이 되었고 오늘의 복천동 사람들이 이곳을 오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천오백 년 전 가야인들과 오늘의 우리가 함께하는구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고 있구나. ―본문 60쪽

이 책을 내며 저자는 자신이 그린 그림, 또 소장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도 동시에 연다. <My Glorious Heritage展>(마이 글로리어스 헤리티지전)은 작가 정은영이 헤리티지(유산·遺産)를 느끼고 만지고 사랑하는 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My Glorious Heritage展 | 이미지제공 = 더 트리니티 갤러리]


더 트리니티 갤러리(대표 박소정)에서 10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내가 사랑한 가야'에 삽입된 드로잉과 사진, 그가 컬렉팅한 작품 26점을 통해 그린다는 것(Drawing), 본다는 것(Seeing), 소장한다는 것(Collecting)을 동시에 선보인다.

갤러리 이름 '트리니티'에 걸맞게 3가지가 조화를 이룬다.

저자가 직접 그리고 작업한 드로잉 및 사진은 각각의 현장에서 받은 감흥과 인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데, 특히 유물의 사진을 프린팅하여 담담한 연필 드로잉위에 꼴라주 한 작품은 화면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게 하고, 함께 새겨 넣은 글귀는 먹먹한 울림을 전한다.
 

[전시 전경 | 이미지제공 = 더 트리니티 갤러리]

작가가 소장한 작품 4점도 눈에 띈다. 전통 조각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현대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이창원 작가의 찻잎 반가사유상을 통해 정은영은 거친 삶 속에서도 잃지 않는 평정의 힘에 대한 영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새 모양의 토기는 고령요 대표인 조선백자 사기장 백영규 대표가 20년 전 가야 토기를 재현한 리미티드 에디션 중 하나로 이는 작가에게 가야 토기의 단단함과 새처럼 하늘로 향하는 사랑의 영원함에 대한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그 외 수묵화와 같은 한옥의 분위기와 점, 선, 면의 조형적 특징을 잘 살려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주는 사진작가 김우영의 한옥 연작이, 옛 가야의 터전인 고령의 대가야 지산동 고분과 함안의 아라가야 왕성터를 담은 성태훈 작가의 ‘날아라 닭’ 수묵 담채화가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이어질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전시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는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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