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이 본인 의사에 따라 지난 10월 29일 회사와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1일 밝혔다. SK그룹과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재판부에 겸허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사임하며 SK네트웍스는 최신원·박상규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상규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등 6개 회사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 등 허위 급여,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자금지원 등 명목으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 2월 구속돼 3월 5일 기소됐으며,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 10월 4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의 사임으로 향후 경영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측은 “현재와 같이 이사회·사장을 중심으로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당분간 이어가되, 최 회장의 장남인 최 사업총괄 중심으로 경영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사업총괄이 연말 인사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거나,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최신원·최성환 부자는 최근 들어 SK그룹과 회사 지분을 차곡차곡 확보해왔다. 최 회장은 SK 지분 0.08%, SK네트웍스 지분 0.8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불구속 재판 상태인 지난 10월 1일과 5일에 잇달아 SK네트웍스 보통주 1만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띈다.
SK그룹 오너가 3세 중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뛰어든 최 사업총괄도 SK네트웍스 지분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는 지주회사 SK㈜ 지분을 적극 늘렸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SK네트웍스 지분 1.82%를 보유, 부친보다 더 큰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1981년생인 최 사업총괄은 부친과 비슷하게 SKC와 SK네트웍스에서 경영 수업을 해왔다. 2009년 SKC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뒤 SKC와 SK㈜를 거쳐 2019년부터 SK네트웍스에 몸담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업조직을 관리하며 신성장추진본부의 투자관리 및 M&A 업무를 담당하는 신규 보직인 사업총괄에 선임됐다.
SK네트웍스에서는 현재 미등기임원이지만, 주력 자회사인 SK렌터카와 SK매직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들어 SK렌터카 ESG위원회 위원으로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SK네트웍스 경영 시계추는 장남 최성환 사업총괄로 쏠리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지분을 꾸준히 매수하면서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만큼 조만간 SK네트웍스 이사회 합류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