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인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외출이 늘어나고 외식 비중도 높아질 것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집밥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꽉 잡기 위해 비싸더라도 제값을 할 만큼 질을 키워야 한다는 게 식음료업체들의 목표다. 다만 최근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 출시로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 있어 집에서 맛 내기 어려운 메뉴, 좋은 재료, 풍성한 건더기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국물요리가 각광 받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돌된장찌개, 갈비탕, 차돌육개장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은 계속 늘면서 올해 9월 누계 기준으로 비비고 국물요리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2019년(프리미엄 비중 15%)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이상 높아졌다.
◆ 2200원 라면부터 만원 병맥주까지
과자와 라면도 고급화 대열에 합류했다. 농심은 새우깡 출시 5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버전 ‘새우깡 블랙’을 새롭게 선보였다. 새우깡 블랙은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러플이 들어갔다. 새우 함량도 기존 대비 2배로 늘렸다. 가격은 기존 새우깡 1000원보다 50% 비싼 1500원대로 잡았다.
농심은 그동안 오징어먹물새우깡, 쌀새우깡, 깐풍새우깡, 매운새우깡 등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새우깡 블랙처럼 새우깡의 상위 등급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스낵이지만, 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며 “50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새우깡 블랙이 소비자들에게 새우깡의 새로운 매력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농심이 프리미엄 새우깡을 선보이는 것은 ‘신라면’의 고급화 제품인 ‘신라면 블랙’이 시장에서 안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라면 블랙은 2011년 출시 당시 1600원이라는 고가로 출시돼 ‘지나치게 비싸다’고 비판받다가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농심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신라면이 한류 식품으로 자리 잡자,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도 해외에서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림은 ‘The(더)미식 장인라면’을 앞세워 2조5000억원대 국내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장인라면 가격은 편의점 기준 1개당 2200원으로 일반 라면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육류 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양념채소를 20시간 끓인 진짜 국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 양도 기존 라면(1650mg~1880mg)보다 훨씬 적은 1430mg으로 줄였다. 열량도 기존 500㎉ 수준 대비 낮은 380㎉ 정도다. 하림은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공략해 내년 라면 매출 7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병에 만원짜리 맥주도 나왔다. 제주맥주는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협업해 ‘커피 골든 에일’을 출시했다. 330㎖ 병 형태로 소비자가는 만원이다. 콜드브루 커피 제조와 유사한 드라이 호핑 양조법을 사용해 기존 수제맥주와 차별화했다. 드라이 호핑 기법은 맥주의 발효가 끝난 후 숙성 중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일정 시간동안 홉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홉의 쓴맛 보다는 아로마와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민음식으로 불리는 라면과 과자, 맥주, HMR 제품들의 고급화를 두고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가격대가 있었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로 가격이 높아지면서 제품군 평균 가격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과 원재료비 상승 압박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제품 가격을 연이어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제품 고급화 바람에 발맞춰 초기 출고 가격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