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동 거는 美 테이퍼링...한국 수출 타격 현실화하나

2021-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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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이르면 11월부터 테이퍼링 개시

신흥국 수출에 타격 우려...모니터링 필요

지난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서 주민들이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값싼 조리용 가스를 사려고 몰려든 가운데 한 여아가 목에 라디오를 둘러멘 채 줄을 서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조만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 경우 재정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시행한 테이퍼링은 재정위험이 큰 신흥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임박한 가운데 신흥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파월 "테이퍼링 시작 준비 중...인플레 내년까지 갈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급망 병목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테이퍼링이 임박하다고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공급 제약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갈 것 같다"며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이고 임금에 대한 압력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진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매달 12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 중이다. 그러나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내년 중반까지 양적완화 정책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일종의 '출구전략'이다. 테이퍼(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의미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긴축과 함께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타이트닝(tightening)'과 달리 테이퍼링은 양적완화 정책 속에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예상해 자산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흥국에서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 일부 국가의 경우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13년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듬해 1월부터 국채와 주택담보대출채권(MBS)의 매입 규모를 매달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줄이고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축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2014년 10월 테이퍼링 실행에 착수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 5개국을 '테이퍼링 취약국'으로 꼽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美 테이퍼링 이후 韓 신흥국 수출 둔화 우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미 테이퍼링이 신흥국 경제 및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테이퍼링에 착수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

우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의한 신흥국 경제 둔화가 우리나라의 신흥국 수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신흥국 교역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글로벌 교역에서 신흥국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26.1%에서 2014년 40.8%로 꾸준히 확대됐다. 그러나 미국이 테이퍼링을 단행한 2014년 이후 신흥국 교역 비중이 40%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재정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위험국으로 꼽혔던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공·터키는 2015~2016년 중 전 세계 수입이 약 10~18% 쪼그라들었다. 2013~2016년 전 세계 교역·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0%포인트, 0.6%포인트 감소했다.

비교적 수출 비중이 낮은 신흥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30개 신흥국 중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 수출 비중이 5%를 넘는 국가는 베트남(8.7%)과 중국(25.1%)뿐이다.

아울러 미국의 테이퍼링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유동성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이 단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우리 수출에서 원자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환율 상승이 수출 단가와 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봤다. 원·달러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원자재 수입단가도 동시에 상승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자재를 수입하는 수출 제조기업들에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신흥국 경제는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을 앞두고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8월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연내 테이퍼링에 무게가 실리면서 신흥국 주가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터키·브라질·멕시코에 이어 콜롬비아 등 주변국까지 금리인상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스·이집트·인도 등 일부 신흥 국가의 경우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정부부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이상을 초과하는 등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연말이나 내년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하면 재정위험이 큰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수출 기업들은 11월 FOMC를 포함해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올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테이퍼링 시계가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FOMC 회의를 포함해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 방향과 속도를 섬세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위험이 높은 신흥국과 거래 시 철저한 바이어 신용조사를 통해 거래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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