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⑨ 즐기며 배우는 한글놀이터… 시장골목서 만나는 '소년 세종'

202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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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제 원리·변천사 궁금할 땐 용산 '국립 한글박물관'… 다양한 자료·전시물 체험

세종대왕 일대기 벽화·동상 앞 인증사진·…'여주한글시장' 영릉과 함께 입소문

여주한글시장에 설치된 소년 세종의 동상 [사진=기수정 기자]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한글박물관' 전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자주·애민·실용'이라는 창제 원리에 기반한 한글은 독창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언어로 손꼽힌다. 한글이 세계 최고의 문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런 이유에서 훈민정음해례본(국보 70호)은 일찌감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적으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도 준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가장 배우기가 쉬워 문맹자를 없애기에 좋은 글자임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이를 만든 세종대왕의 위대함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한글을 주제로 한 여행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 곳곳에는 한글의 가치를 직접 깨달을 수 있는 여행지가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공간이 '국립 한글박물관'(서울 용산구)과 '여주한글시장'(경기 여주)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바로 옆에 있지만 한국인보다 외국인과 학부모에게 더 인기가 높은 국립 한글박물관과 한글을 주제로 한 전통시장 여주 한글시장을 둘러보며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담아 보고, 한글의 위대함을 가슴속에 품어 보기로 하자. 

◆독창적·과학적 문자 한글, 박물관에서 만나다···국립 한글박물관

세계의 언어학자들로부터 독창적·과학적 문자라는 찬사를 받는 한글. 날마다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편한 언어지만, 과연 한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이는 얼마나 많을까.

한글 탄생 배경과 변천사, 한글 창제 원리, 한글이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지, 변천사와 그 원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한글이 품은 가치는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국립 한글박물관'이 정답이다. 한글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이곳에서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10월 9일 문을 연 국립 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더 나아가 한글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실험할 수 있도록 한 전시 공간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글의 원리를 쉽게 체험할 수 있고, 한글을 익히고 싶은 외국인들은 한글을 배울 수 있다. 한글 문화의 놀이터인 셈이다. 

건물은 모음 글자의 배경이 된 하늘·사람·땅을 형상화했다. 총 3층으로 이뤄진 건물에는 전시실과 한글놀이터, 기념품점, 카페, 도서관이 마련됐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를 알 수 있다. 또 이에 따라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통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개편 공사로 내년 1월까지 운영을 하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1443년부터 우리 말과 글을 빼앗긴 일제강점기까지 차례로 표현한 설치물을 비롯해 정조가 직접 쓴 한글 편지첩, 금속제 한글 활자, 최초의 국어 교과서 등 귀한 자료가 많다. 전시를 관람하고 난 후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이 더욱 자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3층에는 기획전시실이 자리하고 있다. 한글과 세계 문자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기획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한글의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이곳에는 유물뿐만 아니라 현대 작가의 작품까지 총망라돼 있다. 

전시실 맞은편에는 한글놀이터가 있다. 신나게 놀면서 한글을 배우는 공간인 만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한글과 놀이를 결합한 재미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배우고 한글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같은 층에 자리한 한글배움터에서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주민이 좀 더 쉽고 즐겁게 한글을 배워볼 수 있다.

해설을 들으면 훨씬 더 알차고, 쉽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예방 조치 차원에서 전시 해설이 잠정 중단됐다. 관람 인원도 90명(한글놀이터 33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주 한글시장은 '한글'을 주제로 한 이색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글을 주제로 한 전통시장이 있다? 여주 한글시장

골목길이 주는 재미가 있다. 바로 발견의 재미다. 여주 한글시장도 그렇다. 이곳이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바로 우리 고유의 언어 '한글'을 주제로 삼은 덕이다.

1980년대부터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해 '중앙로상점가'로 불리다 지난 2016년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여주한글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은 전통시장과 지역의 문화 관광을 연계하는 내용이다.

여주한글시장은 중앙로 상점가에 한글을 접목해 만들었다. 한글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단순했다.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사적 195호)이 여주에 있기 때문이었다.

여주한글시장으로 탈바꿈한 후 이곳 시장은 여주 여행 명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곳곳에 한글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벽화가 '한글시장'이라는 특색을 제대로 살렸고, 이곳을 찾는 이가 자연스레 늘었다. 

여주한글시장에 가면 다양한 한글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가게 간판도 대부분 한글로 이뤄졌다. 시장 입구 바닥에는 훈민정음이 새겨졌고, 하늘에 알록달록한 한글 작품이 걸렸다. 글자로 사용하던 한글을 미술 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다.

여주한글시장은 5개 구역으로 나뉜다. 여주시청 입구와 제일시장 입구다.

1구역은 여주시청 입구에서 시작하고, 4구역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골목이 연결되는데, 벽화를 보려면 2구역과 3구역 사이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표현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세종대왕의 탄생부터 즉위, 측우기 제작, 훈민정음 창제까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재미있게 그려냈다. 

벽화를 좀 더 보고 싶다면 4구역 벽화골목으로 가면 된다. 열심히 사군자를 그리는 세종대왕 모습이 퍽 진지하다. 한글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지고, 세종의 모습에 또 한번 빠져든다. 그리고 길지 않은 골목에서 문득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생활 문화 전시관 '여주두지'도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두지는 쌀을 보관하는 뒤주를 한자로 표기한 말이다. 우리말로 하면 '여주뒤주'일 것이다. 여주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보관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뜻에서 '여주두지'로 이름 붙였다.

이곳에서는 여주 14개 마을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와 채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여주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와 물건이라 더 정겹다. 

이곳을 둘러본 뒤에는 소년 세종 동상으로 향한다. 소년 세종의 실제 모습도 이처럼 영특했으리라. 인자하면서도 똘똘해 보이는 소년 세종이 책을 들고 서서 웃는 모습을 마주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사진을 찍어댄다. 아직은 한글이 신기하기만 한 아이도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달라 조른다. 촬영장소 옆에 마련된 의자는 한글의 자음을 표현했다. 
 

여주한글시장 벽화골목에는 그려진 세종대왕의 일대기[사진=기수정 기자]
 

'한글'로 표현된 여주한글시장 조형물 [사진=기수정 기자]

국립 한글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주한글시장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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