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직접 만들어 작품 배치...세심한 배려 느껴진 줄리안 오피 전시

202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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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11월 28일까지

구성이 돋보이는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항상 주어진 공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관객이 흥미롭게 작품을 경험하도록 어떻게 조율할지를 고민합니다. 이번 전시를 찾은 관객들이 그들 자신과 작품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호기심과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인 줄리안 오피가 가상 현실(VR) 고글을 쓴 이유다.
코로나19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전시를 하게 될 국제갤러리의 전시장을 3차원(3D) 가상공간으로 직접 만든 후 전시장을 직접 둘러보는 방식을 거듭하며 동선을 섬세하게 기획하고 구성했다.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그는 없지만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제갤러리 K2·K3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그간 오피는 수원시립미술관(2017), F1963(2018) 등에서 개인전을, 그리고 서울, 부산, 대구, 전남, 김포에서 영구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선보여왔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그중 가장 대규모의 전시다. K2, K3를 비롯해 정원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공간에 설치된 30여 점의 건물, 사람 그리고 동물 형태의 평면 및 조각 작품을 갤러리 공간에서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됐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7일 열린 간담회에서 “전시 배치를 위해 가상공간을 만든 건 오피 작가가 처음일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 ‘Julian Opie’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작가가 얼마나 세심하게 작품을 배치했는지 느낄 수 있는 전시다. 그를 대표하는 걷는 사람과 도시의 건축물인 ‘City 1’이 절묘하게 ‘하나의 여행 풍경’으로 연결됐다.

유서 깊은 런던 건물의 연상시키는 섬세한 선들은 전시 공간을 다채롭게 채울 뿐만 아니라 K2 옆 정원에 설치된 또 다른 건축 조각, 마천루 형태의 타워 작품과도 대조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오피 작가는 자신의 전시가 열리는 해당 도시에서 직접 포착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전시작을 만드는 방식을 즐기는데, 지난 2014년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 선보인 ‘Walking in Sadang-dong in the rain.’(2014)이 그 대표적 예다. 당시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풍경을 담았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은 작가의 작업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작가는 물리적인 여행 대신 가상의 3D 구글 지도를 통해 인천을 둘러보았고, 전시작 중 하나인 ‘인천, 타워 2208. (Incheon, Tower 2208.)’의 단서를 얻었다.

인천에 위치한 무명의 건물은 전시장에서 수백 개의 창문, 특유의 직선적이며 기하학적 선 등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탄생했고, 정원에 놓임으로써 추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도시풍경의 일부를 재현했다. 그는 상상이 아닌 자신이 직접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

K2 2층 공간에 전시된 동물 작품은 그의 미니멀리즘을 잘 보여준다. 작가가 오랜 시간 지속해온 주요 작업군 중 하나인 동물 작품이 중점적으로 전시되는데, 사람을 모티프로 한 작업만큼 다양한 크기와 형태, 색으로 구성되어 있는, 생동감 넘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고양이, 사슴, 수탉, 소, 강아지 등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동물의 이미지를 간결한 선과 색으로 표현했다.

단순하지만 마치 동물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작품에 꼭 필요한 것만 담은 오피 작가 만의 남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윤 이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그동안 친숙하게 여겨진 일상 풍경의 본질을 오피 작가 만의 미니멀리즘적 접근을 통해 재고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8일까지.
 

줄리안 오피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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