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 차액결제거래(CFD)의 최저 증거금률을 40%로 높이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저 증거금률을 상향하기로 결정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가 동참하는 분위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CF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총 10개로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다음달 1일부터 CFD 최저 증거금률을 기존 10%에서 40%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감원으로부터 행정지도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기존 CFD 증거금률을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기존 25%와 30% 증거금률을 폐지하고 40%, 100% 증거금률만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0% 또는 30% 등 최저 증거금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유한 고객에게 입금 또는 청산을 안내하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지금까지는 증권사들이 개별 종목에 따라 자율적으로 10~100% 내에서 증거금률을 책정해 투자자들은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었다. 고위험 상품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전문 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었다.
CFD 거래가 급증한 것은 지난 2019년부터다. 당시 전문 투자자 요건이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 5억원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CFD 투자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CFD 제공 증권사도 추가됐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국민의힘 김희곤·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FD 투자자 수는 2017년 61명, 2018년 176명에서 2019년 576명, 지난해 2083명으로 급증했다. 2018년 말 7404억원이었던 CFD 계좌 잔액 역시 올해 5월 4조2442억원으로 늘었다.
CFD 투자가 늘면서 시세 급변 시 손실 규모도 커질 수 있고 시장이 교란될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은 결국 지난 7월 CFD 최저 증거금률을 신용융자처럼 40%로 설정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CFD가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신용공여 한도가 없어 총량 규제를 받지 않아 투자자들이 대거 몰릴 경우 부채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키움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등 6개 증권사 역시 CFD 최저 증거금률을 조만간 40%로 높여 금감원 행정지도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CFD 최저 증거금률을 금감원 행정지도에 맞춰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대부분의 증권사가 동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