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직원이었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했던 비리 의혹의 칼날이 이제는 야당을 향해 바짝 날을 세운 모습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올해 3월 6년간 근무한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했다. 과도한 퇴직금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내부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화천대유와 연관된 야당 측 인사는 곽 의원을 포함해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신영수 전 의원 등으로 확인됐다.
원 전 대표는 앞서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 매월 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의원은 2010년 발생한 '대장동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신 의원의 친동생과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부장 등이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첫 민정수석이었으며, 원 대표는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이다. 또 한 명의 화천대유 고문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2015년부터 7년간 화천대유 법률고문으로 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역시 2015년부터 특검 임명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를 맡았으며, 그의 딸 역시 이달 초까지 화천대유에서 보상 업무 담당 직원으로 일한 바 있다.
2009년 특정업체가 대장동 개발권을 따게끔 정치권에 로비한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천화동인(화천대유 관계사)4호 소유자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도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천대유와 연루된 이들 인물들이 야당, 전 정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도 발칵 뒤집힌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의혹이 결국 ‘국민의힘 게이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비난했고, 국민의힘에서는 곽 의원을 당장 당에서 제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3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던 사회초년생이 삼성전자 사장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았다는 것은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곽 의원은 아들의 50억 퇴직금을 최근 알게 됐다고 하는데,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알지 못했다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과 똑 닮았다. 권력을 이용해 투기를 기획하고 투기금 세탁은 가족이 하는 행태라면 가히 ‘신종투기선물세트’라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곽 의원과 화천대유에 100% 지분을 가진 대주주 김만배씨의 오래된 인연,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 의원의 직무관련성에 따른 뇌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민의힘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곽 의원과 그 아들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직접 수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태파악 및 곽 의원에 대한 징계여부‧절차 등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며 “이건 내 문제가 아니고 그 회사(화천대유)와 아들의 문제다. 진짜 잘못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