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5일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불완전 판매가 금융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소법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법 시행의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현장의 혼선은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의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6개월의 계도기간이 무색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위법계약해지권 가동 등 소비자 권리 대폭 강화
금소법의 핵심은 일부 상품에 적용됐던 기존 6대 판매원칙을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6대 판매 원칙은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가동된다. 금융소비자는 금융기관에 분쟁조정 또는 소송의 수행 등 권리구제를 위한 목적으로 관련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법령에 따른 거절 사유나 영업비밀 침해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상품 가입 후 일정 기간 이내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과 불안전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 등도 도입됐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기관이 원칙을 위반한 경우, 금융상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금융소비자는 상품 유형에 관계없이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은 해지에 따른 수수료나 위약금 등을 금융소비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금소법에 따르면 6대 판매원칙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최대 1억원) 부과가 가능하다. 징벌적 과징금(최대 수입 등의 50%)은 6대 판매원칙 중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을 제외한 4개 규제 위반에만 부과가 가능하다. 또 6대 판매원칙은 금융상품판매업자와 자문업자에 적용되는 규제로, 과징금이 현장 은행원 등 소속 임직원에게 직접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모호함과 불확실성으로 현장 혼란 여전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금융회사 영업점의 혼선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상품설명서를 일일이 읽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 데다가 처벌 첫 사례가 되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더욱 보수적인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부담감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각 은행 별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계도 기간 금융당국이 제공한 가이드라인을 실무에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각 상품과 고객의 성향이 달라 매번 가이드라인을 찾다 보니 업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의 지침이 모호한 부분도 현장의 혼선이 지속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은행의 혼선이 지속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23일 오전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A씨는 “대기 인원이 4명이었지만 창구 호출까지 1시간이 걸렸다”면서 “각 고객에게 이전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온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장의 혼선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금소법 정착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금소법 관련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하고, 각 업권별 TF를 확대·개편한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법령 해석을 제공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