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환희의 순간 교만하지 않고, 반대로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유대 경전 주석지인 미드라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끝없는 추락을 해온 여행업계 종사자의 대다수가 수없이 되새긴 말이기도 하다.
다행히 서서히 끝이 보인다. 방역당국은 최근 이르면 내달 말까지 1차 접종률을 80%까지 끌어올려 코로나19와 함께 살기,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위한 집단면역의 조건을 달성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2차 접종도 속도가 붙어 10월 말로 앞당겼던 국민 70% 2차 백신 접종 목표도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관계없이 떨어지지 않는 확진자 수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앞서 같은 길을 갔던 싱가포르가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며, 위드 코로나가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인구의 80% 이상이 두 번 이상 접종을 끝낸 상태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위기의식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독감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 덕분이다. 최근 하루 1000명 내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 1주일간 평균 사망자 수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대감 덕분에 여행업계도 움츠렸던 몸을 다시 풀고 있다. 하나투어는 다음달부터 유·무급 휴직 시행 1년 6개월 만에 전 직원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한다. 모두투어 등 다른 대형 여행사들도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핵심인 소비자들의 욕구도 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여가활동(1, 2, 3순위)으로 해외관광(4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국내관광(48.2%), 영화관람(43.6%), 친구·동호회 모임(38.4%), 공연 관람(18.8%)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모두투어에 따르면 지난 13일 출시된 이 회사의 사이판 여행상품 사전 예약에 1300여명이 불과 이틀 만에 몰려 코로나19 이후 최단기 판매성과를 일궈냈다. 교원KRT가 지난달 중순 출시한 사이판 상품의 사전 예약도 최근 1500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여행업계 1, 2위인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처럼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여행업 생존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여행업체 1만7664곳의 연간 매출은 2조58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83.7%가 감소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사업 중인 여행사는 1만3081개(74.1%), 휴·폐업 여행사는 4583개(25.9%)였다. 현재는 그 수치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지원으로 생태계를 재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오는 10월 고시될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여행업계를 비롯한 관광업종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에는 영업장소 사용 및 운영시간 제한에 따른 조치가 없다. 이로 인해 여행업 등 상당수 관광업종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원도 현실화돼야 한다. 앞서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여행업계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담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 같은 당국과 업계 간 온도 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