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시절 외무상으로 4년 반 정도 재직했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로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다.
이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일본 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자신이 2015년 12월 외무상(장관)으로 한국과 맺은 '위안부 합의'가 "지금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고 두 나라가 국제회의 등에서 서로 비난하지 않기로 한 것을 세계가 높이 평가한 것이 위안부 합의였다며 일본 측은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신은 어떤가"라고 한국에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한국이 국제적인(국가 간의) 합의와 조약, 국제법을 지킬지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고 했다.
기시다는 "한국이 이런 것조차 지키지 않으면 미래를 향해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미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런 점에서 "볼(공)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과 기시다 당시 일본 외무상 간에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합의 직후 협상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제 논란이 일었고, 합의 당시 일본 정부를 대표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를 놓고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 답변을 통해 천명한 것을 계기로 합의 내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 여파로 합의에 근거해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11월 해산하는 등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효력 정지 상태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올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로 판결하고, 이 재판에 불응해온 일본 정부가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는 다시금 한일 간의 최대 외교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이번 발언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빨리 제시하라고 한국에 요구해왔다.
2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 4년7개월 동안 외무상을 역임했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그가 집권할 경우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스가 내각의 입장을 고스란히 답습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