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과도정부가 전 정부의 여성부를 폐쇄했다. 대신 과거 통치 당시 여성을 핍박하던 '도덕 경찰'을 부활시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과도정부는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존 여성부 건물의 간판 자리에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Prayer and Guidance and the 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여성부가 폐쇄되면서 이 부서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의 출입도 금지됐다. 이들은 로이터통신에 지난 몇 주 동안 업무에 복귀하려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고 호소했다.
한 직원은 "내가 홀로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며 직장이 없어졌으니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탈레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탈레반 고위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 그들(여성)이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여성 고용 배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여성 금지가 언론이나 은행 등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며 집 밖에서 남성과 여성의 접촉은 병원 진료 같은 특정 상황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이미 대학 교육 등에서 남녀 분리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과도정부는 이날 중등교육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여학생의 등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이처럼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이 나오면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