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중추절(추석) 연휴를 앞두고 유동성 안정을 위해 900억 위안(약 16조5000억원) 자금을 순공급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설로 단기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7일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7일물, 14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를 가동해 각각 500억 위안씩, 모두 1000억 위안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금리는 각각 2.2%, 2.35%로 이전과 동일했다. 이날 만기 도래하는 역레포 물량 100억 위안어치를 감안하면 인민은행이 900억 위안 유동성을 순공급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분기말 유동성 안정을 위해 역레포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전 분기와 비교하면 인민은행의 분기말 유동성 공급은 비교적 이른 편이다.
중국 금융 시장은 매 분기 말이 되면 인민은행의 은행권 거시건전성평가(MPA) 등에 따른 자금 수요로 유동성이 다소 빠듯해진다. 특히 올해는 중추절(추석) 연휴(9월 19~21일)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찍 시중에 유동성을 풀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헝다그룹 유동성 위기설로 야기된 시장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인민은행이 단기 유동성 공급을 늘린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는 최근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고조되며 채권 거래가 중단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헝다의 총 부채규모는 약 1조9700억 위안(약 3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중국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알빈 탄 로얄뱅크 아시아 외환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헝다의 상황(유동성 위기)과 이것이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중국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가져올 충격은 중국 규제 영향보다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민은행이 (이것이) 단기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긴급 투입한 건 별로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융시장 불안감 속 최근 중국 시중 단기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중국 은행간 금리 지표 중 하나인 7일물 레포금리는 이날 12bp(1bp=0.01%포인트) 오른 2.39%를 기록하며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