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와 경제난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방역수칙을 어기면 안 된다는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약식으로 차려진 임시 분향소다. 분향소에는 동료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정치인, 일반 시민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당초 비대위는 오후 2시께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방역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아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비대위는 결국 이날 밤 9시 30분이 넘어서야 3번 출구 앞에서 간이 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찰과 대치한 지 7시간 만에 마련된 것이다.
급한 대로 비대위 측은 비닐천막을 쌓아 제단을 만들었고, 그 위에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고 적힌 팻말을 세웠다.
향초는 모래를 채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올렸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휴대전화에 추모의 뜻이 담긴 검정 리본 사진을 띄운 채 자리를 지켰다.
빈소를 찾지 못한 전국 자영업자들은 동료 자영업자를 기리기 위해 배달 앱을 통해 사과, 배, 짜장면, 치킨 등 음식을 분향소로 보내기도 했다.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가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내기가 이렇게 어렵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이 용기를 잃지 마시고 힘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한편으론 죄송하고 한편으론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억울하게 희망을 잃고 막다른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비대위 측은 “오전 6시부터 일반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며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여야 가리지 않고 각 당 의원들이 조문하러 오겠다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대위가 지난 13~14일 이틀에 걸쳐 자체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와 올해 9월 현재까지 전국 자영업자 2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대위는 이들 대다수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영업제한 방침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