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SH공사의 세번째 사장 모집 공고가 시작된 가운데 김 전 본부장이 이날 고심 끝에 사장 후보에 재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본부장은 앞서 SH공사 사장 재공모에 지원했다가 후보 부적합 논란과 함께 SH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면서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김 본부장의 재등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시정질문에서 김 본부장에게 사장 공모를 직접 제안했다고 밝히며 "평생을 시민운동에 종사하시면서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에 전념하신 분"이라며 "김 본부장님 같은 분을 모셔서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에서 하는 시민운동이나 공사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나 사회를 위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면서 "내 정책과 생각을 구현할 수 있다면 직접 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번째인 SH사장 공모는 오는 17일까지지만 김 전 본부장이 일찌감치 접수를 끝내며 사실상 그가 유력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오 시장의 확고한 의중은 이미 확인이 됐고, 지난 공모를 통해 김 전 본부장에 대한 서류 심사와 임추위 검증 등도 일정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임추위에는 서울시의회와 SH 측 위원도 있지만 김 전 본부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사실상 없는 만큼 다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H공사 사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의회의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공공주택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진행된 SH공사 사장 재공모에서 SH 임추위는 정유승 전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과 한창섭 전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서울시가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김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김 전 본부장은 2000년부터 경실련에서 활동한 시민운동가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저격수'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문제 삼고, 최근에는 SH의 공공 주택 고가 분양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SH공사 사장은 김세용 전 사장 퇴임 후 5개월이 넘도록 공석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