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현행 기본형 건축비를 분양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기본형 건축비 개선과 함께 후분양 아파트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분양원가 공개 기자설명회를 열고, 부실시공 방지와 고품질 ‘백년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 같은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만든 현행 기본형 건축비는 산정 근거가 미흡해 시민을 위한 고품질 주택 공급이 어렵다”며 “후분양 사업장의 경우, 현재의 기본형 건축비가 아닌 실제 원가가 반영될 수 있는 개선된 기본형 건축비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현행 기본형 건축비가 실제 건설 원가와 분양가 사이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의 비중은 40~55% 수준에 불과해 분양가격 산정기준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것이 공사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사업자가 분양가에서 택지비를 과하게 부풀리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H공사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자사가 분양한 142개 단지의 분양 원가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공사에 따르면 2005년 ㎡당 222만원인 분양가는 2021년 600만원으로 2.7배, 건설원가는 같은 기간 ㎡당 200만원에서 394만원으로 1.97배 상승했다. 분양가 중 택지비가 3.85배 올랐고 건설원가의 택지비는 같은 기간 1.83배 상승해 택지비 원가 상승분보다 분양가에 택지비가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장은 “건축비 개선을 통한 원가 개선으로 30~40년 후에 허무는 질 떨어지는 아파트가 아닌 100년이 가는 아파트를 앞으로 짓겠다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지자체에서 설정한 건축비 개선 방안을 쓸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SH공사는 지난 2006년 후분양제(건축공정 80% 이후 시점)를 도입한 상태다. 2021년에는 고덕강일 4단지를 중심으로 분양원가 항목을 공개하고, 공사 정관도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개정했다.
한편 김 사장은 이날 설명회 말미에서 “건축 공정이 100%가 아니라면 분양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다음 달 공사 차원에서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