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 교체 건을 부결시켰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남양유업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임시 주총을 열고 경영진 교체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1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 등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부결시켰다. 안건 부결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홍 회장은 특수관계인 몫을 합해 지분율 53.08%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길호 학교법인 연세대 감사실장을 감사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철회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0월 주총에서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주요 결정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경영진 및 이사회 재구성 등 경영 쇄신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직위해제 상태였던 장남 홍진석 상무를 경영에 복귀시키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을 상무보로 승진 발령하는 등 당분간 남양유업 경영을 홍 회장 일가가 맡을 것으로 예상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이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을 받자 지난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같은 달 27일 홍 회장 등 남양유업 오너일가는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이후 남양유업이 7월 말로 예정됐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면서 잡음이 시작됐다.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등을 거쳐 예정됐던 거래종결일은 7월 30일이었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이 같은 날 “쌍방 당사자 간 SPA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주총 일정을 9월 14일로 돌연 연기했다.
그러자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홍 회장은 9월 1일 한앤코를 상대로 “사전 합의 내용 미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밝히며 매각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매각은 결렬됐지만 홍 회장은 관련 분쟁이 종결되면 남양유업 지분을 다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홍 회장은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