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이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최근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던 스팩들이 수백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에도 성공했지만 '이상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다시 차갑게 식은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유진스팩7호는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 2000원의 2배인 4000원에 형성됐지만 곧장 하락하기 시작해 시초가 대비 30.00% 하락한 2800원으로 마감했다.
유진스팩7호에 앞서 상장했던 스팩들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것이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열기로 이어졌다. 최근 3개월 내에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를 비롯해 한화플러스제2호스팩과 IBKS제16호스팩 모두 상장 첫날 따상을 찍었다. 특히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첫날뿐만 아니라 4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거래를 마쳐 '따상상상상'에 성공했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은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한 뒤 둘째 날에도 장중 상한가까지 오르기도 했다. IBKS제16호스팩 역시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이들 스팩이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유진스팩7호에 대한 따상 기대감도 컸지만 상장 첫날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 스팩이 합병 호재 없이 이상 급등한 뒤 하락세를 보이는 현상을 반복했던 만큼 상장 후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이라는 호재 없이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이 추종 매매에 나서면서 추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됐는데 시장에서 이상 과열됐다는 분석이 늘면서 따상에 성공하지 못하고 급락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팩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이 반복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투자자 유의사항을 통해 스팩 투자 위험성에 대해 안내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6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인 스팩 17개 종목에 대해 기획감시를 실시한 결과 7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사항을 발견하고 심리를 의뢰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유진스팩7호 이후 증시에 상장할 스팩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13일부터는 신한제8호스팩, 오는 23일부터는 NH스팩20호가 각각 2일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하나금융스팩19호도 27일부터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스팩 상장 후 이상 급등 현상은 잦아든 모습이지만 공모주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오는 17일 상장 예정인 대신밸런스제10호스팩의 경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힌 현대중공업과 일정이 겹쳤는데도 4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청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상황에서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마감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이슈 없이 급등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