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지닥'이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수억 원을 들여 4개 은행의 실사를 거쳤으나 현재까지 계좌 발급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일부 은행에서는 당국과 소통 이후 돌연 반려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며 금융당국의 기조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닥은 이날 '실명계좌 발급 현황' 제하의 입장자료를 통해 "개정 특금법에 근거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기한이 며칠(D-11) 남지 않았지만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누구도 실명계좌 계약을 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지닥을 포함한 3개 거래소 정도만 은행 실사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닥은 이같은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 뒤에는 금융당국이 있다고 비판했다. 업체는 "금융당국은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위험평가를 수행하라는 방침을 내렸다"면서 "은행들이 당국 지침에 따라 위험평가 뿐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위험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실명계좌 발급'은 쉽사리 넘을 수 없는 강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거래량이 높고 거래자가 많을수록 위험성이 높다'는 은행연합회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 기준에도 역설적으로 가장 거래량이 높고 상장 가상자산들이 많은 대형거래소들만 실명계좌를 발급받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업체는 "사실상 위험평가 기준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미 발급된 곳은 위험평가와 무관하게 계좌를 유지하는 모양새고, 새로운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는 은행은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과정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이어 "은행들의 신규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의사결정 없이 4개 거래소만 유지되는 상황이 된다면 투자자 보호 뿐 아니라 산업 혁신동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 세계 어떤 민간업종도 산업 참여자가 4개인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