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래 입주자를 모집한 민간분양 사업장 192곳 중 188곳(97.9%)이 분양가 가산비용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심사 업무 매뉴얼에 가산비용 공시 양식을 마련하는 등 조치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과천시가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주택지구 S6블록에 들어서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단지 분양가를 과다 산정했다는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이하 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에 분양돼 과천시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분양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은 3.3㎡당 2600만원을, 3.3㎡당 2205만원을 제시해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분양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결국 3.3㎡당 2371만원에 분양가가 결정되면서 '로또 단지'로 각광을 받아 1순위 청약경쟁률 135대 1을 기록했다.
당시 과천시는 해당 단지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점을 고려해 분양가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고 분양가를 심사, 공시 업무를 처리했다.
상한제에서 분양가는 토지 감정가(택지비),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용(개별 아파트에 따라 추가된 토지 및 건축 비용)을 더해 산정된다. 여기서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는 이미 정해져 있어 간접비로 분류되는 가산비용 등을 건설사가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에 국토부는 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도 2019년 당시 마련했다. 그러나 가산비용 공시 관련 기준은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법 제57조는 상한제 적용주택 분양가를 공시할 때 택지비·건축비의 가산비용에 대한 위원회 심사 내용과 산출 근거를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는 이런 주택법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별도 서식을 두고 않고 있다.
또 주택법 제59조는 위원회가 가산비용 공시를 포함한 제57조 전반사항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에서는 가산비용 공시를 심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감사원은 "(관련 규정이 없어) 입주자모집공고에 가산비용 공시가 누락되는 등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도 위원회는 이를 심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지방자치단체마다 가산비용 공시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이 2019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2개 민간분양 사업장을 들여다보니 총 143곳이 가산비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자모집공고에 가산비용 공시 등으로 제목을 표기한 49개 사업장 중 45곳도 구체적인 항목별 금액과 산정 근거를 알기 어렵게 표기했다.
국토부는 감사 결과를 수용해 분양가 심사 업무 매뉴얼에 가산비용 공시 양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 측은 "분양가 공시와는 금액 기준이 다르다는 주의 문구도 함께 기재할 방침"이라며 "위원회에서 가산비용 공시 적정성에 대한 심사도 진행하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과천시도 가산비용 공시 기준이 따로 없고, 분양가 공시 내용 중 '그 밖의 비용' 항목이 있어 가산비용을 별도로 공시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소명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제도 개선사항을 통보받는 대로 추가 공시 등을 조치하고, 향후 가산비용이 명확하게 공시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감사원은 단지 건축비 가산비용이 과다하게 산정됐다는 공익감사 청구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인은 법정 초과 복리시설 가산비용은 기본형 건축비 차감 대상인데 가산비용으로 산정했고, 공동주택 성능 등급 가산비용이 인텔리전트설비 가산비용과 중복되는 등 여러 항목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공동주택 분양가 규칙, 입주자모집공고 등을 살펴봤을 때 해당 항목이 가산비용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에어컨 냉매배관도 별도 옵션이 아니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