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 증시가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박스권 흐름을 보이자, 장외 주식시장 거래가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상장주식 매매가 가능한 장외 주식시장인 K-OTC 시장에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달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제한된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월 16조9477억원이었던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 13조8143억원으로 줄었다가 8월에는 15조5218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13조2568억원 규모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의 경우 최근 3개월간 감소 추세이지만 지난 3월부터 9조~12조원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K-OTC 시장에서 올해 가장 많은 금액이 거래된 종목은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는 2855억원 규모로 거래됐다.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아리바이오는 2018년 4월 K-OTC 시장에 등록했다.
아리바이오가 K-OTC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된 것은 병행 중인 신약 개발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인 'AR1001'은 올해 3월 미국 임상 2상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내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 신청 및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이 같은 호재 및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 역시 올해 들어 29.47% 상승했다.
상장이 유력시되는 종목들의 장외시장 거래 규모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넷마블네오는 올해 들어 607억원 규모가 거래됐다.
향후 기업가치를 10조원 규모로 키워 상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던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올해 708억원 규모로 거래됐다. 아리바이오와 비보존(1076억원), 인동첨단소재(823억원)에 이어 넷째로 많은 거래대금이다. 장외시장 주가 역시 올해 초 4만450원에서 이달 7일 7만8800원으로 94.81%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장외 주식시장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올해에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비상장 주식에 미리 투자하는 경향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장 주식시장의 거래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 '국내 장외주식 시장 현황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이 상장 주식에 비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장외 주식시장의 음성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장 주식에 대한 기본 공제와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장기 투자 장려를 위해 양도소득세율 차등 부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