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 중 일부에서 인수전 참여의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쌍용차는 시가총액 4000억원대에 자산규모만 2조원 가까이 되는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이런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업들 중에는 역량이 한참 부족해보일 뿐더러 그간의 스토리까지 미심쩍은 곳들이 눈에 띈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쌍용차 인수전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11곳 중 7개 업체가 예비실사에 참여하며 1차 인수후보군을 이뤘다. 7곳은 SM(삼라마이다스) 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KS 프로젝트 컨소시엄 △카디널 원 모터스 △퓨처모터스컨소시엄 △INDI EV △EL B&T 등이다.
수십억원 횡령으로 구속까지…쌍용차 인수전 가능할까
특히 KS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이끄는 케이팝모터스에 대해 업계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16년 케이팝모터스를 설립한 뒤 클린일렉스앤드컴퍼니와 크린톤제오닉 같은 비상장사를 인수하며 눈길을 끌던 인물이다. 지난 2019년에는 강원도 평창군과 동계올림픽 개최지 인근에 전기자동차 기술 특화단지를 세우겠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기술특화단지는 들어서지 않았다.
취재 결과 황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영에 참가한 경험이 있긴 하다. 밀레니엄주택개발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황 대표는 지난 2004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인 이스턴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아내 고모씨가 이스턴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하지만 상장사 경영인으로 그의 경력은 길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이스턴테크놀로지가 황 대표와 고 대표를 횡령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27억원 규모의 약속어음을 회사 이름으로 발행해 사적으로 썼다는 혐의였다.
결국 황 대표는 무자본M&A와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스턴테크놀로지는 1차 부도를 맞는 등 위기를 겪다가 연예기획사 굿엔터에 흡수합병된 뒤 2009년 끝내 상폐됐다. 황 대표의 당시 재판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케이팝모터스는 당초 박석전앤컴퍼니와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꾸리려했지만 이견이 생기면서 입찰의향서 제출을 앞두고 결별하고 대신 아랍계 사모펀드인 두바이헤리티지홀딩스와 손을 잡았다. 박석전앤컴퍼니는 에디슨모터스 측과도 공동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는 모두 파기하고 다른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자격미달 후보자 난립하는 이유는…염불보다는 잿밥
KS 프로젝트 파트너스 외 다른 참가기업들도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다.역량이 부족해 보임에도 인수전에 참가하는 이유는 쌍용차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개발이익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6월 말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청산 가치는 9800억원이지만 계속 운영하면 75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쌍용차의 인수전은 높은 청산가치에 기댄 바가 있다. 부동산 개발로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쌍용차 회생을 돕기 위해 쌍용차의 평택공장 부지(85만㎡)의 용도지역을 현재 공업지역에서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현재 해당 부지의 가치는 공업지역으로서 약 9000억원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거단지로 바뀔 경우 가치는 수조원 규모로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해당 부지 주변은 아파트 1만 가구 이상이 들어선 주거밀집지역이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까지 차로 10분 거리다. 쌍용차 인수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자동차 부문과 별도로 커다란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회사에 7곳이나 되는 후보자들이 손을 들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며 "산업은행은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제시해달라고 하지만 일부 인수후보의 면면을 보면 사업에 대한 능력이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