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자 콘텐츠 사업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31일 통과된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방지법)’이다. 글로벌 앱마켓의 횡포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인데, 법안 통과로 향후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콘텐츠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CJ ENM은 인터넷TV(IPTV) LG유플러스와 콘텐츠 대가·지급 갈등을 빚자 급기야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CJ ENM과 LG유플러스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LG유플러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U+모바일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든 갈등의 핵심 구조는 저가요금”이라며 “낮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콘텐츠 투자를 위축하고 품질과 다양성을 하락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저가요금 구조가 이용자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해외 콘텐츠 유통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와 제로섬 게임을 탈피하기 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의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료방송 플랫폼과 콘텐츠·채널 관계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상호의존 거래 관계”라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ARPU를 높이는 방법으로 요금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채널 공급 중단(블랙아웃) 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도 감소하고 있다. 전 교수는 “양질의 콘텐츠와 채널을 서로 제공하는 데 있어 합리적 대가를 지불할 때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비 증가분을 실제 프로그램 가격에 반영해 위축된 광고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플랫폼의 콘텐츠 매출 대비 이용료 배분 기준은 영화 산업의 현황을 고려해 50~55% 정도로 제안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의 계약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협상력을 기준으로 볼 때 콘텐츠 사업자의 안정적인 투자와 사업 운영을 위해선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 PP는 선공급 후계약을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자체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콘텐츠 사업자가 기존의 불리했던 정책과 제도를 바꿔 나갈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