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직접투자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중국 및 홍콩 증시 급락 이후 중국 주요 지수는 충격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홍콩 증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1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순매도 규모는 7051만 달러(약 816억원)를 기록했다.
순매도 규모는 지난 5월 5732만 달러에서 6월 4321만 달러, 7월 4362만 달러로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지난달에는 7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7월 말 중국 및 홍콩 증시가 급락한 이후 중국 증시가 충격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홍콩 증시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 증시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술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시도를 막는 한편 사교육 기업을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 게임업체 등에 대해 전방위적 규제에 나서면서 급락했다.
이로 인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7월 23일 3550.40에서 28일 3361.59로 3거래일간 5.32% 하락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3542.94로 5.39%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7월 22일 2만7723.84에서 27일까지 2만5086.43으로 9.51% 급락한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2만6020.55로 3.7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장 중 2만4581.60으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파생결합증권 기초 지수 중 하나로 자주 사용되는 홍콩 H지수 역시 7월 22일부터 3거래일간 11.26% 떨어진 이후 다시 3.43% 오르는 데 그쳐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홍콩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점을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꼽았다.
문 연구원은 "홍콩 펀더멘털 측면의 문제보다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다시 심해질 경우 홍콩 금융시장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아 미국이 홍콩을 두고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증시의 경우 자산효과를 통한 경기 부양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이어지고 오는 12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등 4분기 증시 레벨이 3분기보다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홍콩 증시는 중국 증시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